매일신문

민주당 구의원이 건 현수막은 안 되고, 한국당 국회의원이 건 현수막은 된다?

1일 오후 대구 서구청 건너 현수막 두고 구의원-서구청 간 실랑이

대구 서구 민주당 의원들이 서구청에 김상훈 한국당 국회의원이 내건 현수막 철거를 요청하는 모습. 길 건너편에
대구 서구 민주당 의원들이 서구청에 김상훈 한국당 국회의원이 내건 현수막 철거를 요청하는 모습. 길 건너편에 '문 정권 막아내자!'는 현수막이 보인다. 독자 제공.

'민주당 구의원이 건 현수막은 안 되고, 한국당 국회의원이 건 현수막은 된다(?)'

정치인들이 내건 정책 홍보 현수막을 두고 기초단체가 임의로 단속 기준을 적용하면서 구의원과 구청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구청이 일정한 기준 없이 영향력이 막강한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봐주기로 일관한다는 볼멘소리도 불거졌다.

지난 1일 오후 4시쯤 대구 서구청 앞에 민주당 구의원 4명이 구청 직원들과 언쟁을 벌였다. 이들은 서구청 건너편에 김상훈(대구 서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전봇대와 가로등을 지지대 삼아 내건 현수막을 당장 철거할 것을 요구했지만, 해당 업무를 맡은 구청 직원들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회피한 것이다. 해당 현수막에는 '문(文) 정권 경제파탄, 독재연장 막아내자!'는 문구가 쓰여 있다.

차금영 민주당 서구의회 의원은 "서구청은 민주당 의원들이 내건 현수막은 불법이라는 이유로 철거했는데, 한국당 국회의원이 내건 현수막은 왜 철거하지 않느냐"며 "구청은 '우리 선에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라고 변명하는데, 현수막을 내건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말 '미세먼지와 대기질을 악화시키는 주범, 염색공단 열병합발전소 대책 마련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서구청과 염색공단 인근에 걸었으나 서구청의 거듭된 요구 끝에 철거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에 내건 현수막은 모두 불법이다.

이주한 민주당 서구의회 의원은 "서구청은 동네 현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현수막은 곧장 철거하면서 왜 국회의원의 현수막 철거는 망설이는지 모르겠다"며 "기초단체가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관례적으로 정치적인 현수막은 하루 이틀 말미를 준 뒤 자진철거가 안 되면 강제 철거한다"며 "기준은 모두 똑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2일 현재 해당 현수막은 철거된 상태다.

지난달 말 서구청 앞에 걸렸던 민주당 의원의 현수막. 채원영 기자.
지난달 말 서구청 앞에 걸렸던 민주당 의원의 현수막. 채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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