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대기업과 함께 수도권 주요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기로 하면서 대구경북 경제계와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경북 구미가 아닌 경기도 용인에 투자를 결정한 상황에서 인력 육성마저 수도권에 집중되면 지역 반도체산업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시스템 반도체 집중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대기업이 대학에 신설하는 계약학과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각각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채용조건형으로 '반도체 특화 계약학과'를 신설하기로 합의하고 2021년부터 신입생을 뽑을 예정이다.
계약학과는 기업이 대학과 계약을 맺고 정원 외로 운영하는 학위 과정이다. 기업이 학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 전반을 대학에 지원하는 대신 대학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한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신설하는 계약학과는 기업이 학생 등록금 전액을 부담하고 채용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대구경북 경제계는 정부의 이번 방침이 지나치게 수도권에 쏠려 있다며 지역 소외를 우려했다. 연세대, 고려대 외에도 성균관대가 이미 2006년부터 삼성전자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다 서울대도 최근 삼성전자와 계약학과 신설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경북 구미에서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A업체 대표는 "SK하이닉스가 구미 대신 수도권에 투자를 결정한데 이어 반도체 인력 육성까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구미도 반도체로 먹고 사는 도시인데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학계 역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구경북 대학 관계자들은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로 해석했다. 경북대 한 교수는 "대기업 자체의 학교 평가기준이 있어 이들의 산학협력 후보도 그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고 보면 된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지방대 우대 정책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무하다"고 질타했다.
대학 역량이 탄탄해도 경쟁에 뛰어들 수조차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의 또다른 교수는 "계약학과 신설은 기업들이 학교 신청을 받아 정당하게 평가한 뒤 선발하는 구조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학교를 선택하는 구조"라며 "반도체 분야는 대학의 자체적 인재 육성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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