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철탑에 빼앗긴 팔공산 정상, 이젠 정비 검토할 때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최근 팔공산 정상의 통신·방송 철탑 정비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놓고 대구시와 시민들의 관심을 주문했다. 이는 대구시 국내 최장 '팔공산 구름다리' 추진을 계기로 내놓은 시민단체 입장으로, 이번 성명이 철탑 정비의 공론화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팔공산이 지닌 지리·자연적 가치는 물론, 오랜 세월을 통해 겹쳐진 역사·인문적 자원은 풍부하다. 이미 전국 100대 명산으로 명성을 누릴 만큼 팔공산은 어느 산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게다가 신라부터 이어진 천제단 제천 문화에다 토착·외래 신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자원을 갖춘 보고나 다름없다.

이런 팔공산이지만 산 정상의 모습은 그야말로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다. 1960년대부터 군사시설과 통신·방송시설이 곳곳에 난립하면서 경관을 망쳤다. 사방을 둘러보면 거칠 것 없던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옛 흔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천혜의 꼭대기 산을 깎아 9개나 들어선 주변 철탑들과 인공 구조물이 공간을 점령, 사람의 발길을 막고 자연을 훼손한 탓이다.

정부는 통신기술 발달과 함께 첨단 위성 시대를 맞아 전국의 각종 산 정상 설치 인공 구조물들을 정비하는 사업을 추진, 일부 시설들은 철거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립공원인 광주의 무등산도 정상 6개 방송·통신탑 이전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팔공산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어 안타깝다.

물론 팔공산이 대구·경북 5개 시·군·구 소속인 데다 산 정상도 대구·경북 3개 시·군·구에 겹친 만큼 쉽지 않지만 이제는 정비를 위한 논의에 나설 만하다. 빠를수록 좋다. 이를 위한 대구시와 경북도의 주도적인 역할은 빼놓을 수 없다. 관련 기관들 역시 대승적 차원에서 전향적인 입장으로의 변화가 절실하다. 팔공산은 누구도 독점해선 안 되는 공공의 자연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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