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수정] 한 수녀를 위한 포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오늘 제발 환자를 피하지 않고 따뜻하게 맞아 치료를 마칠 때까지 함께하도록 용기를 주십시오!'

꼬박 이틀 걸려 도착한 아프리카 낯선 땅 코트디부아르에 지난 1~2월 한 달 동안 이뤄진 체험 봉사가 끝날 때까지 붙잡고 놓지 않았던 이춘자 아녜스 수녀의 간절한 기도였다. 물벼룩에 물린 상처를 비롯, 간단한 치료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나쁜 환경으로 다친 몸을 그냥 둬야만 하는 사람들.

그러다 마침내 팔과 다리까지 속절없이 자르는 고통을 선택하는 주민들. 온몸을 파고드는 병균을 치료 못하니 두고 볼 뿐이다. 그렇게 곪고 썩은 몸에서 나오는 많은 양의 피고름을 닦고 받아내고, 그 상처에서 기어 나오는 생물체들은 차마 볼 수 없었던 탓이다.

게다가 일흔이 넘은 나이도 잊고 뜨거운 날씨 속에 봉사의 길을 자처했던 터였다. 그러니 하루하루 부딪치는 낯선 병자들의 아픔과 고통, 간단한 치료와 수술조차 먼 달나라 일만큼이나 힘든 날들이니, 이를 버티고 견디는 일은 간절한 기도와 아픔을 함께하는 마음 말고는 달리 길이 없었다.

봉사를 마치고 소임지 안동으로 돌아온 이 수녀의 결심은 그럴 만했다. '상처 하나로 팔, 다리 자르는 불행은 막아보자.' 프랑스 옛 식민지 나라 사람들의 고통과 참상이 남의 일 같지도 않았으리라. 일제 식민지배 아픔을 겪은 나라 사람으로서 동병상련이리라.

우선 600만원의 마련이다. 프랑스에 모원(母院)을, 1966년 안동에 본원(本院)을 둔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가 아프리카 현지에 세워 운영 중인 병원과 책임자 박달분 수녀에게 1년에 10명의 환자 치료와 수술을 위한 비용만이라도 모아 보내 그들을 구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수녀의 절박한 서원은 이루어지리라. 이 땅, 대구경북의 사람과 신령마저 첫 외래 종교 불교의 스님과 비구니를 도운 아름다운 옛 인연 등 사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스님 양지는 지팡이에 포대를 내걸었더니 시주할 사람들이 절로 채웠고, 지혜라는 비구니는 절을 꾸밀 비용 마련에 고민하자 지신(地神)이 나서 도왔다지 않은가. 먼 나라 고통받는 사람을 도우려는 이 수녀의 포대도 그리 되리라.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공천 방식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으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공천이 시도되자 지역 정치권에서 '민주정당이...
구미 부동산 시장에서는 비산동 6-2 부지에 최고 46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현재 구...
서울중앙지법은 화장실에서 빨리 나오라는 동생을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으며, 동생은 퇴근 후 목욕 중 불평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작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파병 압박을 가했으나, 주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