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제 낙관 '집단사고'에 빠진 문 대통령과 청와대

"총체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4일 발언을 두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청와대가 방어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문 대통령 발언은) 한국 경제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럼에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더욱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제의 큰 그림을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재방송한 것이다. 대통령의 참모라는 신분의 한계를 감안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외면이다. 집단의 구성원들이 똑같은 생각에 젖어 반대되는 증거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비판적인 성찰을 못해 종국에는 실패에 이르게 되는 '집단사고'(Groupthink)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경제에서 '총체적이거나 큰 그림'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바로 성장률이다. 고용, 투자, 소비 등의 세부 경제활동의 총합으로 성장률이란 '총체적이고 큰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였다. 고용, 투자, 소비 모두 죽을 쑤고 있으니 당연하다. 총체적이고 큰 그림에서 '성공'이 아니라 '실패'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란 '풀이'는 더욱 기만적이다. 경제가 잘 굴러가면 성과가 없을 리 없고, 국민이 이를 체감하지 못할 리 없다. 거꾸로 말하면 경제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성과가 없고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성과가 없는데 무슨 수로 체감하나. 거시경제 통계는 성과 없음을 분명히 말해준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거시경제에서 굉장히 탄탄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참모가 갖춰야 할 최상의 덕목은 윗사람이 정확한 판단을 하도록 충언(忠言)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청와대에는 이런 참모가 없다. '예스맨'뿐이다. 역사는 이들을 '간신'(奸臣)으로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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