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빅데이터로 본 한 주] 대림동 여경... 체력검사로 향하는 비판의 화살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고, 우러러볼수록 높아만지는데
스승의 날은 왜 이렇게 불편한 걸까
서울 구로경찰서 여경의 취객 체포 논란
저렇게 밀리면 시민 안전 담보할 수 있을까

분명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아니다. 그런데 '특별한 그날'에 갇히자 뭔가를 해야 풀려날 것 같은 의무감이 맴돈다. 364일 무감각하다가 '특별한 날' 만회하며 1년을 버틴다는 느낌도 있지만, 이날 뭔가 하지 않으면 364일이 괴로울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린이날'이, '어버이날'이 그리고 '스승의 날'이 그랬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표현하자는 거다. 그래서 그런 날이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량이 증가한다. 감사 문구, 선물, 이벤트로 관심이 쏠린다. 정작 어린이도, 부모도, 교사도 대단한 뭔가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진심어린 감사 표현이면 충분했다. '존경하고, 사랑하고, 함께 해서 행복하다'는.

'대림동 여경' 검색량도 폭발했다. 여성 경찰관이 취객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자 여경 선발 시험 체력검사 부실 논란으로 이어졌다.

◆스승의날

문구, 선물, 편지, 이벤트 검색까지. 프러포즈냐고? 아니다. '스승의 날'이다. 1958년 충남 논산 강경여중고(현 강경고)의 청소년적십자(현 RCY) 단원들이 병석에 누워있는 선생님을 방문해 간호하고 집안일을 도운 봉사활동이 퇴직한 선생님을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확대되면서 1963년 5월 26일 처음으로 제정됐던 '은사의 날'이 덕업상권의 정신을 타고 1964년 전국 543개 학교로 퍼지게 되는데 '스승의 날'의 기원이다.

이런 훈훈한 기운으로 시작된 날이 반백년 세월을 맞자 스승도 불편한 날이 됐다. 역시나 근자의 해결사 국민청원에도 등장한다.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꿔달라는 거다. 이달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청원이 등장했다. 현직 교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우리나라 각종 기념일은 관련 분야에 대한 기념일인데 유독 스승의 날은 특정 직업인에 대한 기념일이라 불편하다고 주장했다.

스승의날인 15일 부산 동구에 있는 한 중학교 교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스승의날인 15일 부산 동구에 있는 한 중학교 교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그의 주장은 일견 일리가 있다. '보건의 날'이지 의사의 날이 아니고 '법의 날'이지 판사의 날이 아니라는 거다. 지침도 불편하다. 종이 카네이션은 되고 생화는 안 되는데 학생대표가 주는 카네이션만 된다는 식이어서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스승의 날 폐지 주장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실제로 없었던 적이 있다. 1973년 스승의 날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 선포일과 합쳤다. 1982년 국가기념일로 다시 제정되기까지 9년간이었다.

검색으로 그렇게들 찾고자했던 감사의 표현은 인정과 애정이 담긴 문구였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전국 유초중고 및 대학 교원 3천271명을 대상으로 '스승의 날 기념 교원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28.2%가 '선생님 존경합니다'를 가장 듣고 싶은 말로 꼽았다.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 '선생님이 계셔 행복해요'가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제38회 스승의 날 유공교원 정부 포상 전수식에서 한 수상자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다. 연합뉴스
제38회 스승의 날 유공교원 정부 포상 전수식에서 한 수상자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다. 연합뉴스

미사여구가 철철 넘쳐야하는 게 아니었다. 선생(先生)이라는 한자 풀이처럼 인생을 먼저 살면서 이끌어주는 동시대의 구성원이다. 이 말은 부모나 회사 선배가 가장 듣고 싶은 말로 바꿔도 딱 들어맞다. '선배님, 같이 일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선배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존경합니다'

◆대림동 여경

여경이 취객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즉시 원본 동영상을 공개하며 매뉴얼대로 제압했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논란에 기름만 부은 꼴이 됐다. 시민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 때문이었다. 실제 사건이 있었던 장소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이었다. 온라인에서 처음 알려진 명칭이 널리 퍼지면서 '대림동 여경'이라는 제목으로 굳었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13일 오후 9시 50분쯤 서울 구로구 구로동 술집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남자1, 2가 있었다. 신고를 받고 경찰관 2명이 출동하는데 1명이 여경이었다. 남자1이 남자 경찰관의 뺨을 때렸다. 남자1을 체포하러 남자 경찰관이 제압에 나선다.

남녀 경찰관이 주취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남녀 경찰관이 주취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여경이 소극적이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사진은 관련 영상의 한 장면. 연합뉴스

여기서부터 논란이 불거진다. 남자2가 체포를 방해하면서 여경을 밀었다. 여경은 떠밀렸다. 남자2를 잡으러 남자 경찰관이 가고 여경이 남자1을 제압한다. 여기서 논란거리가 또 등장한다. 술집에 있던 남성을 향해 "남자분 한 명 나와주세요. 빨리빨리, 빨리빨리, 남자분 나오시라고요, 빨리"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화면에 나오지 않는 다른 남성이 "(수갑) 채워요?"라고 묻자, 여경이 "네"라고 답한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매뉴얼대로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여경이 신고자에게 수갑을 채워달라고 요청한 것이며 실제 수갑을 채운 것은 무전을 듣고 출동한 교통경찰이었다는 것이었다.

한 지상파 방송도 거들었다. 여경이 취객을 제압하고 침착하게 미란다 고지를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방송 보도는 '영상의 일부만 퍼지면서 여성을 향한 우리 사회 일부의 왜곡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거'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원본 영상을 본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일부에서는 매뉴얼대로 했다는 경찰의 해명에 아연실색하면서 시민이 주변에 없었으면 어떻게 했겠냐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중은 해당 여경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여경 채용시험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여경수를 늘리는 게 목표가 되면서 채용시험이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선진국의 여경 비율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도 여경을 늘려야한다는 경찰 논리에는 싸늘한 반응이다. 여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여성 경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지만 그런 논리라면 지구대 순찰에 여경을 내보내선 곤란하다는 반박이 나온다. 1차 가해 방지가 안 되는데 2차 가해 방지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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