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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멍청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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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와 유진 파머 시카고대 교수가 2013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3명 중 2명으로 선정된 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경제학은 과학인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두 수상자가 금융시장의 작동 방식에 대해 전혀 상반된 견해를 보이면서 경제학의 '과학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었다. 결론은 없었다. 서로 자기 말이 맞다는 입씨름만 있었을 뿐이다.

과연 경제학은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엄밀 과학인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연구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엄밀 과학은 자연현상을 탐구하지만, 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활동을 연구한다. 그런데 인간의 경제활동은 정치적, 도덕적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경제학에는 자연과학처럼 가치판단이 개입할 수 없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할 수 없다.

이런 본질적 한계 때문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지 과학이 아니며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겉보기에 아무리 중립적인 결정이라도 정치적, 윤리적 판단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미국 뉴스쿨대학의 던컨 폴리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간다. "경제학은 과학이기 이전에 (그런 면도 일부 있으나) 자본주의적인 경제적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복잡하고도 모순적인 경험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온당한지에 대한 논의"로 "과학이 아니라 사변적인 철학 담론"이라고 한다.('아담의 오류: 경제신학 안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가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무엇이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책망성 질문이 화제다. 경제학은 과학일 수 없다. 따라서 어떤 경제적 주장도 '과학적 근거'가 있을 수 없다. 국가 재정이 건전하려면 국가채무비율이 40% 이내여야 한다는 국제기구의 권고 역시 과학적 근거가 있을 리 없다. 그것은 그렇게 해야 경제 위기가 닥칠 때 재정이 든든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경험칙일 뿐이다. 문 대통령의 질문은 굉장히 '과학적'인 듯 보이지만 실은 멍청한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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