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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교안 대표, 큰 정치 원한다면 종교 편향성부터 극복해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종교 문제가 논란거리다. 황 대표가 지난 12일 부처님오신날에 불교 의례를 거부한 것을 두고 대한불교조계종이 공식적으로 비판 입장을 내놓았다. 제1야당의 대표이자 유력한 대선 후보가 종교적 논란에 휩싸인 것은 유례가 없는 만큼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황 대표 스스로 법요식에 참석한 것은 거대 정당의 대표로서, 지도자로서 참석했음에도 개인의 생각과 입장만 고집했다"고 밝혔다. 또 "남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 오로지 나만의 신앙을 가장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 개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부 한국당 지지자는 '종교가 정치에 개입한다'고 불평했지만, 종교평화위의 성명에는 표현 수위가 다소 높았을망정 틀린 말이 없다. 황 대표가 자발적으로 불교 의식에 참여했으면 예법에 따르는 것이 공인의 신분에 걸맞은 자세다. 손사래를 치는 모습까지 보인 것은 종교적 갈등이나 오해를 부를 수밖에 없다.

황 대표가 보수 성향이 강한 침례교 신자로 사법연수원 시절 신학대학을 마치고 지금까지 전도사로 활동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과거 사석에서 "50세 전후로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를 하겠다"고 할 정도로 신앙심이 굳다. 개인의 신앙생활과는 달리,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정치 지도자의 신앙생활은 달라야 하고 다를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황 대표가 정치를 통해 종교적 신념을 구현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 황 대표는 자신의 종교적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할 시점이 됐다. 황 대표의 종교 문제는 한국당과 차기 대선의 향배를 좌우할지 모르는 중대 사안이다. 황 대표가 진정한 지도자로 거듭나려면 종교 편향성부터 극복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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