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주운전 사고' 삼성 박한이 은퇴 선언…"변명 여지 없어 팬에 죄송"

끝내기 안타 후 지인과 술자리, 다음 날 자녀 등교시키다 사고…20년 모범선수 이미지 와르르

박한이.
박한이.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한이(40·사진)가 음주운전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27일 은퇴를 선언, 야구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박한이는 27일 오전 차량을 운전해 자녀를 등교시킨 뒤 귀가하다 오전 9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인근에서 접촉사고가 났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매뉴얼에 따라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65%로 면허정지 수준으로 측정됐다.

박한이는 사고 전날인 26일 대구에서 열린 키움전을 마친 뒤 자녀 아이스하키 운동 참관 후 지인들과 늦은 저녁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고 밝혔다.

박한이는 "음주운전 적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내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은퇴하기로 했다. 징계, 봉사 활동 등 어떠한 조치가 있더라도 성실히 이행하겠다. 무엇보다도 저를 아껴주시던 팬분들과 구단에 죄송할 뿐이다"고 했다.

박한이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로서 고심끝에 음주운전 적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위해 은퇴를 결심한 것이다.

박한이는 사고 전날, 올 시즌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의 주말 원정 마지막 경기에서 9회말 2사 1,2루에서 리그 최고 마무리 조상우로부터 역전 끝내기 2루타를 뽑아내며 4대3 역전승을 이끌었다. 박한이의 한방 덕분에 삼성은 올 시즌 첫 2연속 위닝시리즈를 완성할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친 박한이는 이날 저녁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내고 맹활약을 펼친 직후인 데다 휴식일인 월요일 전날이라 모처럼 마음 편하게 지인과 술잔을 기울였다.

문제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아이를 태워 보내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것이 실수였다. '밤새 잠을 푹 잤으니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불렀다.

20년간 야구장 안팎에서 모범선수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던 공든 탑이 한 번의 오판으로 모래성이 되고 만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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