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교육만큼이나 우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선생님의 가르침이다. 시대가 바뀐다고 부모의 역할과 선생님의 역할이 변해서는 곤란하다. 밥상머리 교육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스승이 평생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을 배우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겠다. 그런 면에서 부모와 스승의 은혜를 돌아볼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잠시 필자의 인생에 큰 가르침을 주신 외국인 과학자 몇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과학자인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필자가 과학자의 길을 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준 정신적 스승이다. 그는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지만 왕립연구소의 실험 조수가 되는 행운을 얻었고 재능을 인정받게 된다. 그는 1831년 전자기 유도라는 세계 과학사에 길이 남을 대발견을 이룩하여 전기를 실용화시키는 데 공헌했다. 또 그는 강연에도 뛰어나서 재능기부를 통한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젊은 날 학업이 순탄치 않던 시기에 그런 그의 일화가 모진 세월을 견딜 수 있는 모티브가 되었다.
2000년 겨울 잠시 미국에서 체류할 때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U.C. Berkeley) 화학부에서 허버트 스트라우스(Herbert Strauss, 1936~2014) 교수님을 만났다. 스트라우스 교수님은 분자동역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셨다. 당시 학장으로 계셨는데 아무런 조건 없이 방문연구원을 허락해주셨다. 배움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하셨던 스트라우스 교수님의 배려는 훗날 필자가 다양한 재능기부를 실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박사 학위 지도교수였던 케임브리지대 화학과의 리처드 램버트(Richard Lambert) 교수님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2007년 당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학자들 사이에서 있었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던 명언으로 논문에 그대로 실려 있다. 학생들을 혹독하게 교육시키고 연구에서 완벽을 추구하던 정말 무서운 분이셨다. 학위를 마치고도 연구실 청소를 위해 덴마크에서 영국으로 날아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깨끗한 환경에서 깨끗한 데이터가 나온다'는 단순한 진리도 이 시기에 터득했고 현재 필자의 실험실 운영 방침이 되었다.
2018년 타계하신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교수님은 노력하는 천재 과학자가 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법을 몸소 실천하셨다. 그분의 육체적인 불편함이 강연을 통한 소통과 과학 대중화에 대한 열정을 식게 하지는 못했다. 삶에 대한 집착보다는 도전을 통한 인류의 진보를 선택했던 분이다. 한국인 유학생의 방문을 즐거워하셨고 그때마다 시공을 초월한 영감을 주셨다.
스승의 엄한 훈육이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는 사실을 교편을 잡은 후에 깨닫고 있다. 시대를 앞서간 석학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해주신 철학이 '과학은 나눔'이라는 것이다. 좋은 스승을 만나 아침에 깨달음을 나눈다면 저녁 잠자리가 편안하겠다.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 (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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