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비행 전 내 짐을 꾸렸지. 발사시간은 오전 9시. 그때가 되면 나는 연처럼 하늘 높이 날겠지. 지구가 너무 그립고... 끝이 없는 비행중 우주가 너무 외로워...내 생각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다시 돌아오기까지...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가 아니야. 나는 로켓맨이야'
팝스타 엘튼 존의 노래 '로켓맨'의 가사다. 여느 지구인과 달리 치열하고 외롭게 살아온 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든 노래다.
영화 '로켓맨'은 천재적인 음악성과 파격적인 의상과 퍼포먼스로 무대를 잡아온 엘튼 존의 삶과 성장을 그린 영화다.
그는 7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다. 통산 1억 6천900만장의 음반을 판매했으며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그래미 어워드 5회, 글든 글로브, 토니 등 받을 수 있는 음악상은 모두 받았다. 1970년 첫 히트곡을 낸 후 2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톱 40 히트곡을 쏟아냈고, 1998년에는 엘리자베스 여왕 2세로부터 작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피아노 신동이었다. 3살에 연주를 시작해 영국 왕립음악원에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다. 악보 4장 분량의 연주를 축음기 재생하듯 따라 연주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는 70년대 화려한 성공으로 시작해서 80년대 초 침체기를 거쳐 80년대 말 다시 재기했고, 90년대 초 최악의 위기를 겪고 다시 일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런 부침(浮沈)은 그를 극한으로 몰아갔다.

"나는 술, 마약에 섹스, 쇼핑까지 중독된 사람이야." 화려한 성공 뒤에 결핍과 외로움으로 몸이 망가진 엘튼 존(태런 에저튼)이 중독자 모임에 나타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따뜻한 말을 해 주지 않는다. 아버지의 레코드 콜렉션은 손도 못 대게 한다. "언제쯤 나를 안아주실거예요?"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떠날 때도 그에게 말 한마디 없이 가버린다. 외로운 소년은 피아노에 정을 붙인다.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받아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이지만 클래식 보다는 로큰롤에 심취한다.
작사가 버니(제이미 벨)를 만나면서 그의 노래는 날개를 단다. 미국 가수들의 영국 공연에 백 밴드로 시작한 그는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아티스트로 성장한다. 그러나 성공의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외로움과 고통의 그림자가 더 길게 드리운다.
'로켓맨'은 뮤지컬 스타일로 만든 영화다. 어머니와 불화로 가슴이 아플 때는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가, 버니와 헤어지고 고향집을 그리워 할 때는 'Goodbye yellow brick road'가 흐른다. 'Crocodile Rock', 'Your Song' 등이 그의 인생 고비마다 등장하며 주크박스 뮤지컬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화려하고 파격적인 엘튼 존의 무대 의상은 그 자체가 이미 뮤지컬이다. 갖가지 색상의 안경과 화려한 날개 등 소품이 그 어떤 뮤지컬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처럼 그도 성 정체성으로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동성 연인 겸 매니저와의 아픈 기억, 이성과 결혼 실패 등을 겪었다. 엘튼 존도 자신이 직접 지은 예명이다. 영화에서 '존'은 비틀즈의 존 레논에서 따온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의 각본가 리 홀은 외로운 소년기를 거친 아티스트가 20대에 명예와 부를 얻지만, 외로움과 성공에 대한 부담으로 고통 받는 과정을 시나리오로 잘 그려냈다. 덱스터 플레처 감독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아동 성추행사건으로 밀려나는 바람에 '보헤미안 랩소디'의 후반 연출을 담당하기도 했다. '로켓맨'에서는 엘튼 존의 명곡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면서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주고 있다.
'킹스맨' 시리즈의 배우 테런 애저튼은 엘튼 존의 익살스런 몸짓과 퍼포먼스를 판박이처럼 잘 소화했다. 노래도 직접 부르지만 엘튼 존의 호소력에는 미치지 못해 엘튼 존 팬들은 아쉬울 수도 있겠다. '빌리 엘리어트'의 아역배우 출신 제이미 벨도 엘튼 존의 곁을 지키는 버니 역을 잘 연기한다.
엘튼 존이 1982년 촬영한 'I'm still standing'의 뮤직비디오를 재연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여전히 건재한 엘튼 존 경(Sir)에 대한 헌사와도 같은 엔딩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웸블리 스타디움 엔딩과는 규모와 극적인 점에서 비교가 되지 않지만, 재기에 성공한 엘튼 존을 잘 상징하고 있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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