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가창정수사업소 의심스러운 입찰…납품 실적 없는 업체와 수의계약 추진

상표권 가진 업체 배제하고 퇴직 공무원 근무 업체와 계약 추진

대구상수도사업본부 가창정수사업소가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석연찮은 행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특허 보유 업체를 배제한 채 납품 실적이 없는데다 퇴직공무원이 근무하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으려 했다는 것이다.

대구시와 가창정수사업소(이하 사업소) 등에 따르면 사업소는 지난 4월 대구시 신기술심사과에 응집기를 납품받겠다며 심사를 의뢰했다. 응집기는 정수 처리 과정에서 원수와 약품이 섞이도록 하는 설비로, 응집기 내에 설치된 교반기의 날개가 핵심 부품이다. 설비 교체 예산은 4억7천만원이다.

사업소 측은 앞서 지난해 7월 교반기 특허를 보유한 대구 A사와 기술 검토를 진행한 상태였다. 이 업체는 교반기 수중날개인 '하이드로포일(hydrofoil) 임펠러'를 개발했으며, 매곡·문산·고산정수사업소 등에 300여 대를 납품한 실적이 있다.

그러나 사업소 측은 지난 3월 대구 업체 5곳의 견적서와 함께 달성군의 밸브생산업체 B사와 수의계약을 맺겠다며 대구시 신기술심사과에 활용심의를 의뢰했다. 기술 검토를 함께 진행했고, 해당 시설의 상표권을 갖고 있는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와 수의계약을 시도한 셈이다.

사업소 관계자는 "가격 검토를 해보니 B사 가격이 1천200만원 정도 저렴해 수의계약을 진행했다. 교반기 날개는 특허 제품이 아니어도 성능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신기술심사과는 B사가 제시한 설비·제품을 평가할 수 있도록 경제성과 납품실적, 시공성 등을 구체화, 정량화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사업소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사업소 측은 자료 제출 대신 활용심의가 필요 없는 제한경쟁입찰로 변경했다. 해당 부서 관계자는 "활용심의 의뢰가 왔을때 각 평가항목마다 '양호', '보통', '우수' 등으로만 표시돼 있어 심의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에 A사는 강하게 반발했고, 조달청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사업소 측이 조달청에 제시한 시방서에는 A사가 상표권을 갖고 있는 '하이드로포일'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A사 측은 이 과정에서 사업소와 퇴직 공무원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한다. 사업소가 수의계약을 맺으려던 B사에 대구상수도사업본부 출신 직원 2명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물산업클러스터로 성장동력을 만들고 있는 대구에서 이렇게 불투명한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사업소 고위 관계자는 "교반기 날개 기술특허가 A사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타업체 설비와 성능에 큰 차이가 없다"며 "가격 면에서 유리한 제품을 골랐고, 퇴직 공무원과는 연락조차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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