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당 당직자 '대폭 물갈이' 발언에, 대구경북 정치권 들썩

‘결국 우리 얘기 아니냐!’며 격앙, 잡아놓은 고기 신세 면해야 한다는 자성도 나와

지난 2016년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 모여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 모여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차기 총선 공천 대폭 물갈이 불가피' 주장이 나오자 대구·경북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언급한 사람은 '일반론'이라는데 받아들이는 쪽은 '결국 우리 얘기가 아니냐!'며 '발이 저리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보수당 대표들은 역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상향식·제도에 의한 공천을 약속했지만, 대구·경북에서만큼은 내리꽂기를 강행한 사례가 많았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공천=당선'인 지역에서 자기 세력을 확장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016년 3월 5개 지역구에 대해 최종 의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뒤 부산으로 내려가 오후에 영도다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016년 3월 5개 지역구에 대해 최종 의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뒤 부산으로 내려가 오후에 영도다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지역정치권에선 '여의도 입김'에 휘둘리지 않을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정치권 내 기반이 아직 약하고 내년 총선이 황 대표의 당내 위상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신상진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은 지난 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물갈이 폭이 크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대통령 탄핵사태의 뿌리가 제20대 국회의원 공천이었고 현역 의원들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구·경북 정치권에선 내리꽂기 공천 시도 전 '간 보기'가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공천 당시 청와대의 의중을 관철하려던 여당 공천관리위원장과 이를 저지하던 여당 대표가 정면으로 충돌한 볼썽사나운 사태의 원인도 'TK 내리꽂기 공천'이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을 묻는 물갈이라면 TK의 초토화가 아니겠냐"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아울러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처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황 대표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대구·경북을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황 대표의 경우 여의도 경험이 전무(全無)한데다 정치권 내 위상과 당내 입지도 두 전직 대통령보다 약해 더욱 대구·경북이 아쉬운 실정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가뜩이나 박빙인 수도권에선 보수분열까지 더해져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선도전 의지가 있는 한국당 대표라면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대구·경북에 자기 사람을 꽂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고향'에 신세를 지는 상황이었지만 황 대표는 그렇지 않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지역정치권에선 그동안 상향식 공천을 꾸준히 요구했으나 중앙당은 '현역 프리미엄'이 작용할 공산이 커 참신한 정치신인을 충원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해왔다.

하지만 당 대표가 참신하다며 내리꽂은 '금배지'들은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계파 수장의 말을 듣기 바빴고 대부분 초선이라 국회 내 영향력도 미미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결국 지역 정치권에선 대구·경북이 '한국당의 잡아놓은 고기' 신세를 벗어나야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공천=당선'이 작동하는 지역이 있는 한 공천권을 거머쥔 당 대표가 내리꽂기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의미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내리꽂기 공천 후 '한동안 어수선하겠지만 결국은 공천대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판단을 하면 공천농단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지역의 자존심은 지역민 스스로가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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