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을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해보면 반려인들이 자주 질문하는 개의 문제행동이 있다. "우리 개가 똥을 먹어요." 바로 식분증이다.
개가 똥을 먹는 습관을 식분증(coporphasia)이라고 한다. 주원인은 후각에 의존되는 식탐 때문이지만 영양결핍, 이식증(이물을 먹는 이상행동), 지방 소화 장애, 기생충 감염증, 호르몬 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수의사의 면밀한 검진이 필요하다.
"우리 개는 입맛이 까다로워요."
개가 맛을 느끼는 미각 능력은 사람과 비교하자면 유아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맛있는 음식을 잘 가려낼 수 있는 이유는 뛰어난 후각 능력이 지방과 단백질, 단내를 감별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음식에 집착하지만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빨리 씹어 삼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의 식욕은 후각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통해 똥을 먹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높은 사료나 간식을 먹으면 똥 속에는 미처 소화되지 못한 단백질과 지방이 남아있다. 따끈한 똥일수록 단백질과 지방의 냄새 분자(지방취)가 잘 휘발되어 개의 후각을 자극한다. 킁킁거리며 개가 똥을 탐색하는 이유는 똥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식욕이 왕성한 성장기와 식탐이 강한 품종에서 식분증이 잘 나타나는 이유이다.
개가 똥을 먹는 모습에 화들짝 놀란 가족들은 개를 야단치거나 똥을 치우기 급급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개는 보호자의 눈치를 보며 보호자가 보지 않을 때 더 빨리 똥을 먹어버리는 행동을 보인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똥에 대한 애착을 자연스럽게 감소시켜주는 것이 식분증 개선의 핵심이다.
개가 똥을 누면 개가 좋아하는 간식이 들어있는 봉투를 바스락거려 보자. 개는 즉각적으로 좋아하는 간식에 관심을 보인다. 가족들은 똥을 치우지 말고 똥이 식을 때까지 개가 다른 관심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똥이 충분히 식었을 때 개가 똥을 탐색하는 과정을 지켜보자.
똥을 먹는 대부분의 개는 식고 마른 변은 먹지 않는다. 똥이 따끈할 때 스멀스멀 후각을 자극하던 지방취가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조적으로 똥에 쓴맛이 강한 고미제(인진쑥 끓인물)를 살짝 스프레이 해주면 식분증을 고치는 데 효과적이다.

실외 배변도 식분증 개선에 도움 된다. 모든 동물은 자신이 먹고 잠자는 공간에서 최대한 멀리 배변하는 본능을 가진다. 위생적인 면도 고려되지만 다른 경쟁자들에게 자신의 안식처를 들키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실외 배변 본능이 있는 개에게 실내에서 배변을 유도하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실내 배변을 강요하다 보면 변비로 고생하거나 개가 자신의 똥과 오줌을 먹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하루 1회 이상 규칙적인 산책은 원활한 배변 활동에 큰 도움이 되며 식분증을 고치는 데도 효과적이다.
개가 산책 시 부패한 똥이나 오물을 탐하는 경우도 있다. 후각적인 호기심이 일차적 원인이지만 이미 부패한 오물의 비릿한 식감을 경험한 경우도 있다. 이는 개의 건강과 가족의 위생을 위해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나쁜 습관이다.
이런 습관이 있는 개는 산책 시 주인이 목줄로 제어하여야 하며, 필요하다면 입마스크(Muzzle) 착용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개와 고양이가 한집에 사는 경우 개가 고양이 똥을 먹는다는 문의도 많다. 고양이 사료는 단백질 함량이 개 사료에 비해 월등히 높다. 소화가 덜 된 고양이 똥일수록 개에게 후각적인 식욕을 자극한다. 해결책은 똥에 대한 애착을 자연스럽게 감소시켜주는 것이며, 고양이 화장실에 개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펜스를 치거나 높은 곳에 비치하는 방법도 권장한다.
동물 세계에서 어미가 새끼의 똥을 먹거나 토끼가 아침마다 자기의 똥(식변)을 먹는 것은 건강한 일상이다. 똥이 더럽다는 선입견을 잠시 내려두고 개의 습성을 이해하다 보면 식분증도 유쾌하게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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