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타임캡슐]1988년 포항 송도해수욕장

열대야가 낯설던 때, 포항 낮 최고기온 30도 이상 드물어
길고 넓었던 백사장, 없어지고서야 소중함 알아

피서객들로 붐비던 1988년 7월의 포항 송도해수욕장.
피서객들로 붐비던 1988년 7월의 포항 송도해수욕장.

바다는 여전히 '바캉스'에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공간이다. 해수욕장은 피서의 상징이자 로망이었다. 그러나 해수욕장은 가족 단위로 가기 쉽지 않았다. 대중교통만으로 이것저것 챙겨 이동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한 집에 한 대씩 자가용을 갖춘 '마이카 시대'가 막을 올리기 전이었다.

1988년 7월 10일 포항 송도해수욕장 풍경이다. 이튿날 본지에 '개장 이틀째인 10일 포항 송도해수욕장에는 2만여명의 피서객들로 붐볐다'는 설명과 함께 실린 사진이다.

송도해수욕장은 길이 3㎞가 넘는 백사장이 일품이었다. 흑백이라 색깔 구분이 곤란하지만 분명 백사장에 늘어선 알록달록 파라솔이다. 상가 바깥으로는 우거진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자연 차양도 훌륭했다. 호수에서나 보던 노 젓는 보트를 바다에서 탔다.

경북 대표 해수욕장으로 꼽혔지만 백사장 침식 심화로 2007년 폐장되는 아픔을 겪었다. 1976년 7월 31일 개장 이후 많을 때는 12만명이 찾기도 했으나 마지막 개장 해이던 2006년에는 4천명 수준에 그쳤다.

수중발레 선수 포즈로 팔을 활짝 벌려 피서객을 맞던 상징물, '평화의 여상(女像)'이 랜드마크였다. 여상이 보이면 송도해수욕장에 왔다고 외쳐도 좋았다. 2019년에도 평화의 여상과 여상 뒤쪽으로 보이던 다이빙대가 은퇴한 선수처럼 남아있다. 다이빙대까지 헤엄쳐 가 다이빙을 하고 오면 선수 대접을 받았던 기억은 추억으로 남았다.

7월 한 달 동안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기는 날은 엿새에 불과했던 1988년이다. 기상청 관측자료를 뒤적이니 이날 낮 최고기온은 33.8도였다. 혹시나 1988년으로 돌아가 "2018년 8월 4일 포항의 최고기온이 39.4도를 기록했고, 2018년 5월 16일에는 열대야가 있었다"고 하면 "미래에서 왔다더니 막말도 가지가지"라는 답을 들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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