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청와대, 야당과 협치 포기하고 때리기만 열중해서야

청와대 참모들이 연일 자유한국당 때리기에 나서고 있으니 참으로 볼썽사납다. 아무리 한국당의 거부로 추경예산안을 심의조차 못하고 있다고 해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야당을 공격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국정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보다는, 그저 소모적인 감정풀이나 책임 회피에 더 힘을 쏟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청와대 참모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길에 오르길 기다리기라도 한 듯 3일 연속 한국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내놨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1일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한국당 심판론'을 제기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다음 날 복기왕 정무비서관까지 나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지지한다"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청와대와 여야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정무라인이 도발적인 발언을 일삼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책무를 포기했음을 뜻한다. 13일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한국당을 겨냥해 "야당에서 늘 '경제 파탄'이니 '경제 폭망' 이야기까지 하면서 추경에 협조하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했다.

청와대 참모들의 야당 때리기는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다 나온 발언이 아니라 상당히 조직적이고 감정적이다. 문 대통령도 한국당을 향해 여러 차례 작심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청와대 전체가 한국당 공격을 지상 목표처럼 삼고 있는 분위기인 것 같다.

야당 때리기가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됐는지 청와대에 묻고 싶다. 청와대가 야당을 공격하면 야당은 더 반발하기 일쑤다. 상대방 감정·자존심에 상처 주는 것은 인간관계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피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아직 청와대가 야당과 소통·대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국정 운영을 야당에서 하던 것처럼, 거리에서 시위하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와 야당의 감정적인 대치는 국정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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