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빅데이터로 본 한 주]2019년 6월이 준 선물, FIFA U-20 월드컵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제대로 일냈다
이강인이 누구냐, 전세계 러브콜 받아
잔혹성에 고개 절레절레, 고유정 사건
YG엔터테인먼트 어디까지 추락하나

20세 이하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기어이 일을 냈다. 2019년 6월이 준 선물,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이다. 사골 우려먹듯 한동안 되돌려 봐도 지겹지 않을 드라마다.

일명 '고유정 사건'에 여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죄가 더 있을 거라는 의혹이 꼬리를 문다. 의혹은 가짜뉴스로 재생산돼 급속히 퍼졌다.

YG엔터테인먼트가 양현석 대표 등 회사 수뇌부가 모두 물러났다. 소속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혐의 등 악재가 잇따른 탓이다.

◆각본없는 드라마 FIFA U-20 월드컵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승부차기 접전 끝에 4강 진출을 확정한 U-20 대표팀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승부차기 접전 끝에 4강 진출을 확정한 U-20 대표팀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달 25일 있은 첫 경기만 해도 사이다가 필요했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1차전 첫 골은 전반 6분만에 나왔다. 우리가 넣은 게 아니었다. 한 골로 끝날 경기로 보이지 않았다. 목구멍을 넘어간 치킨이 고구마처럼 답답해졌다.

분명 첫 단추는 애매했다. 역습은 고사하고 밋밋한 공격에 호흡도 맞지 않았다. 그러나 2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승리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친 김에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아르헨티나 전을 2대1로 잡았다.

드라마 시작은 16강부터였다. 맞상대도 하필 일본이었다. 수세에 몰렸지만 결과는 1대0 승리였다. 하늘의 뜻이라 해도 수긍할 만했다. 일본은 억울했을지 모르나 우리가 이기는 수순이었다. 일본은 골포스트를 맞췄고, 골인이라 여겨 멋진 세리머니까지 마쳤던 게 VAR에서 오프사이드로 판명됐다.

안타까운 건지, 분한 건지 알 수 없을 표현 'くやしい(쿠야시이)'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정말 분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스페인 명문 레알마드리드에 입단한 쿠보 다케후사의 부재를 거론했다. 주전 선수들이 줄부상도 꼽으며 차포 뗀 장기처럼 말했다.

네티즌들은 침착했다. 분데스리가 바이에른뮌헨에서 뛰는 정우영이 안 나왔다고 애써 맞서진 않았다.

◆다시 쓰인 신화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후반 27분 한국 문전에서 수비수 이재익의 핸드볼 반칙에 대해 주심이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후반 27분 한국 문전에서 수비수 이재익의 핸드볼 반칙에 대해 주심이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를 통틀어 '핵꿀잼 경기'는 세네갈과 있은 8강전이었다. '경기를 본 사람이 승자'라는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드라마의 최고 조연은 VAR(Video Assistant Referees,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었다. 주심이 귀에 손을 갖다 댈 때마다 긴장감이 흘렀다. VAR을 통해서야 오프사이드였고, 손에 닿았고, 골키퍼가 먼저 움직인 게 확인됐다.

경기가 끝나자 '36년만의 4강 신화의 재현'이 포털사이트를 점령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준결승에서 남미대륙 우승국 에콰도르를 1대0으로 꺾었다.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져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신화가 다시 쓰인 순간이다.

네티즌들은 재미있는 토론을 시작했다. '애국가 배경 화면 개편 초읽기'라는 주제였다. 새롭게 들어갈 영상 1순위 후보가 많아 고민이었다. 세네갈 전 극장골의 이지솔, 세네갈 전승부차기의 골키퍼 이광연, 에콰도르 전 최준의 결승골을 저울질했다.

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문 한국 대표팀 이강인이 대회 최우수 선수(MVP)상인 골든볼을 수상한 뒤 시상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문 한국 대표팀 이강인이 대회 최우수 선수(MVP)상인 골든볼을 수상한 뒤 시상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회 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은 이강인의 차지였다.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할 만큼의 실력이었다. 진작부터 이강인의 몸값은 치솟고 있었다. 1천억원이 넘는 이적료가 호가로 오간다. 세네갈과 8강전에서 나온, 조영욱의 골을 도운 스루패스 한 방에 세계는 넋을 놓았다. 이강인과 관계된 것이면 뭐든 뉴스가 되니,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이강인의 7살 때 모습이 담긴 '날아라 슛돌이 시즌 3'의 재방영도 결정됐다.

◆고유정 사건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30대 여성, 일명 '고유정 사건'에 여론이 뒷목을 잡고 있다. 범행 과정이 잔혹해서였다. 그러나 고유정은 범행 과정을 일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에서 고유정은 전 남편 강모(36) 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나눠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 씨의 뼈로 추정됐던 뼈는 동물 뼈로 판단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시신을 유기한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된 머리카락도 DNA 분석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의 한 가게에 들른 모습. 경찰은 고씨가 이 가게에서 방진복, 덧신 등을 구입했으며 이 물품들을 시신 훼손 과정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의 한 가게에 들른 모습. 경찰은 고씨가 이 가게에서 방진복, 덧신 등을 구입했으며 이 물품들을 시신 훼손 과정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 남편과 이혼 뒤 최근까지 함께 살던 현재 남편도 뒤돌아섰다. 고유정의 의붓아들이 숨진 과정이 석연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 남편은 아들 사망 사건을 재수사해달라면서 고유정의 행적을 의심했다. 고유정의 의붓아들인 A군(6)이 감기약을 먹을 정도로 감기 증세가 심한 것도 아니었는데 감기약을 먹인 점, 고유정이 의붓아들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 등 미심쩍은 점이 많았다는 거였다.

고유정의 엽기성을 부각하는 뉴스도 범람하고 있다. 전 남편 강 씨와 신혼여행에서 크게 다퉜고 면세점에서 못 산 게 있다며 귀국 비행기를 놓쳤다는 지인의 전언을 비롯해, 그녀가 재력가 집안이라 실형 선고 이후에도 가석방으로 일찍 출소할 것이 두렵다는 피해자 측 주장이 기사화됐다. 그러나 옛 남자친구 실종설 등 아니면 말고 식의 이야깃거리는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벼랑 끝의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50)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사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 양현석은 14일 YG 홈페이지에
양현석(50)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사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 양현석은 14일 YG 홈페이지에 "오늘부로 YG의 모든 직책과 모든 업무를 내려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마약 투약 의심을 받고 있는 연예인들의 이름이 검색량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사랑을 했다'의 가수 비아이(B.I)가 눈길을 끌었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는 초중고생에게 인기가 높았던 곡이다. 이 곡을 부른 그룹 아이콘(iKON)의 멤버인 비아이는 '사랑을 했다'를 만든 이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비아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물러나게 됐다. 빅뱅 승리의 버닝썬에서 시작된 일련의 흐름이 아이콘 마약 투약 혐의로 이어지면서 YG엔터테인먼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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