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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경험 없던 직장인들, 연극 무대 오르는 '진실'은?

연극
연극 '진실' 연습장면

8개월 전까지만 해도 연기나 무대 경험이 전혀 없던 직장인들이 연극무대에 도전해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대구 남구 대명동 소극장 '작은무대'에서 연극 '진실-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가 상연된다. 칠레의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의 상황을 배경을 한 이 연극은 주인공 3명이 2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을 소화해야 하는 작품이다.

기성 배우들도 끌고 나가기 버거워 할 이 작품의 주연은 모두 연극과는 거리가 멀었던 직장인들이다. 여주인공 빠올리나 역을 맡은 김명미 씨는 'TBC 8뉴스' 앵커 아나운서이며, 남자 조연 헤라르도 역을 맡은 양병운 씨는 TBC 기자다. 또 로베르또 역을 맡은 안근범 씨는 모델 출신으로 현재 모델 양성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 연극 무대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이다.

여주인공
여주인공 '빠울리나' 역의 김명미 TBC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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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진실'의 '헤라르도'역을 맡은 양병운 TBC 기자

이들이 '미지의 세계'인 연극에 도전하게 된 데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크게 작용했다. 김명미 씨는 "방송 생활 10년이 넘어가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더라"며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아 도전했는데, 그 결과가 무대를 통해 결실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양병운 씨도 "방송 리포트를 하면서 '제대로 된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자책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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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진실'에서 로베르또 역을 맡은 안근범 (주)AP 이사…

이들의 연극 도전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안근범 씨는 "엄청난 양의 대사를 외워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장벽이었다"며 "대사를 외우고 나면 동선, 동작까지 또 다시 익혀야 해 마치 '산 넘어 산'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8개월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연습실에 나와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연습 강행군에 지칠 만도 했지만, 연습을 마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경험이 이들을 연기에 매진하게 만들었다.

최근 연극과 연기 수업에 관심을 갖는 일반 직장인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연기를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다른 세상을 보려 하고, 일상 속 일탈을 통해 삶의 또다른 의미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방송·스피치 전문 교육업체 '아나피치'에서는 이런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장인 연기반'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번 연기에 도전한 세 직장인들 또한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잠시 일탈을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유쾌한 일탈의 결과는 23일 무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3)292-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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