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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捲土重來(권토중래): 다시 도전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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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군대가 말을 달릴 때 흙먼지를 일으키는 것을 권토(捲土)라 하고, 중래(重來)는 다시 온다는 뜻이다. 말이 달릴 때 일어나는 흙먼지는 멀리서 보면 마치 땅을 마는 것(捲)같이 보인다. 그래서 한번 실패한 후 말고삐를 되돌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모습을 '권토중래'라 하고, 요즘은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이 초패왕(楚霸王) 항우(項羽)를 기리며 지은 시에서 유래했다.

항우는 키가 8척으로 산이라도 뽑을 듯한 힘과 기개를 가졌으나, 속이 좁아 수하들을 잘 다루지 못했다. 항우는 유방과 함께 진나라를 멸망시켰다.

그 후 수년에 걸쳐 유방(劉邦)과 천하를 두고 이른바 초한(楚漢) 전쟁을 벌인다. 항우는 유방에게 승승장구(乘勝長驅)했으나, 수하 장군들의 이반으로 결국 수세에 몰렸다. 유방의 군사에 포위당해 오강(烏江)까지 밀렸다.

오강의 어부가 "어서 배에 오르시오. 강동은 사방 천리로 수십만 명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서 왕 노릇을 하며 동산재기(東山再起다시 일어남)할 수 있소"라고 했다. 항우는 "하늘이 돕지 않으니 강을 건넌들 뭘 하겠소. 왕으로 추대되어도 내 마음이 부끄럽소" 하면서 목숨을 끊었다. 서른한 살 때였다.

훗날 두목이 오강을 지나면서 지은 시가 '제오강정'(題烏江亭)이다. "승패는 싸움에서 늘 있는 일(勝敗兵家事不期), 수치를 이겨내는 자가 사나이렷다(包羞忍恥是男兒). 강동에 인재 또한 많거늘(江東子弟多才俊), 흙먼지 날리며 다시 일어났다면 달라졌을 수도(捲土重來未可知)".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권토중래가 장안의 화제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팀을 이끌다 좌천되었을 때 참지 못하고 검찰을 떠났다면, 그에게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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