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타임캡슐] 교련의 추억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1969년 시작돼 1997년 선택과목이 될 때까지 정식 고교 과목
남학생은 총검술로, 여학생은 붕대감기로 실기시험 치르기도
청바지만큼 질겼던 교련복, 농촌에선 작업복으로 간간이 보여

1974년 대구의 한 고교가 실시한 사격 훈련 모습. 철모를 쓰지 않은 것으로 봐서 실탄 사격훈련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매일신문 DB
1974년 대구의 한 고교가 실시한 사격 훈련 모습. 철모를 쓰지 않은 것으로 봐서 실탄 사격훈련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매일신문 DB

1974년 대구시내 한 고교의 교련 사격 훈련 사진이다. 30년 넘게 고교 교과목이던 교련이다. 1968년의 세칭 김신조 사건 이듬해부터였다. 문교부도 전시 역량 강화, 반공 의식 함양을 이유로 들었다. 교사는 예비역 장교들이 맡았다.

가르쳐 단련한다는 교련(敎鍊)이다. 실제 수업시간은 정신적 단련, 요즘말로 멘탈 부여잡기를 요구했다. 얼룩무늬 교련복부터 입어야 했다. 복장은 중요한 의식이었다. 교련복을 입으면 누가 누군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교련복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건 "내가 너의 아랫사람이냐"고 화를 내던 영화 '친구'의 장동건이 유일하지 않았을까.

교련복 입는 방법을 배우는 데만 1시간을 보냈다. 바지 아랫단을 둥글게 말아 고정하는 각반을 어떻게 찼는지, 베레모를 어떻게 썼는지 등을 지적했다. 지루한 교정의 연속이었다. 경례하는 방법 배우는 데도 1시간씩 걸렸다. 서로 경례 자세가 맞는지 확인하라고 했는데 뭘 해도 재미있는 아이들은 외모 지적에 바빴다.

이런 게 선결되고서야 제식 훈련을 배웠다. 발 맞춰 걷기와 열 맞춰 걷기다. 행군 퍼레이드의 기본이다. 그러나 교련의 핵심은 총검술이었다. 실기시험 과제였다. 목총을 들고 했다. '막고 차고 돌려 쳐', '우로 베고 찔러'와 같은 연결 동작은 고난도에 속했다.

여학생도 교련을 했다. 붕대감기 등 구급법 위주였다. 붕대가 든 가방을 메고 나갔다. 교련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 스타크래프트 테란에 비유해 여학생은 메딕, 남학생은 마린이라고들 했다. 교련은 1992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서서히 사라진다. 1997년부터 선택 과목으로 바뀐다.

'레트로'의 유행과 함께 요즘의 교련은 패션이다. 교련복을 반팔과 반바지로 팔고 있는 곳도 있다. 잘 찢어지지 않았던 교련복이 아련하다. 농촌에선 작업복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미국 청바지? 우리 교련복!

※'타임캡슐'은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 역사가 있는 사진 등 소재에 제한이 없습니다. 사연이,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좋습니다. 짧은 사진 소개와 함께 사진(파일), 연락처를 본지 특집기획부(dokj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채택해 지면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소개는 언제쯤, 어디쯤에서, 누군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채택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사진 원본은 돌려드립니다. 문의 특집기획부 053)251-1580.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경북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경북을 '첨단산업 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지역 ...
국제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이란 전쟁 종식 가능성 언급으로 급락하며, 장중 120달러에 육박했던 가격이 80달러대로 떨어졌...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대 6대가 이례적으로 기지 밖으로 반출되었으며, 일부는 중동으로 ...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강화하며 방공무기를 중동으로 재배치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강력한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에 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