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도 여운이 남는 프로그램이 있는가하면, 끝나도 씁쓸한 뒷맛만 남기는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후자에 가까운 프로그램이었다. 101명의 연습생이 치열하게 '데뷔'라는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실제로 데뷔가 확정된 사람에겐 의자를 준다)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아름다움 보다는 짠함과 처연함으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순위발표식 이후 통과와 탈락이 결정된 사람들이 헤어짐과 좌절감에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을 넘어 '전시된 고통'을 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 한 켠에서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번 시즌은 그 씁쓸함이 카카오 함량 99%의 초콜릿의 맛과 같다고 해도 부정할 사람이 없을 듯 싶다. 갑자기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더니 심지어는 제작진이 생방송에서 탈락한 9인의 소속사 대표를 불러 결과에 불만있는 연습생을 데뷔조에 포함시켜 주겠다고 회유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그리고 최종 데뷔평가에 올라간 20명의 연습생 소속사에서 "결과를 수용하고 X1(엑스원)의 데뷔를 지지한다"는 입장발표가 올라간 지 몇 시간이 되지 않아 "일부 소속사에서 반대해 지지 성명이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국 일련의 사태에 분노한 시청자들은 프로듀스X101 제작진을 대상으로 형사고발을 진행했고,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상황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흐르고 있음에도 프로그램을 주관한 방송사인 엠넷은 수수방관하는 모습이다. 엠넷은 '투표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입장문을 통해 "이중으로 투표를 검증했고, 득표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결국 투표 내역 전반을 다 공개하고 제 3자가 이를 다시 검토하지 않는 다음에야 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임은 엠넷 빼고 다 아는 모양새다.
엠넷이 이렇게 수수방관하고 있다면 결국 엑스원은 프로듀스 시리즈가 배출한 아이돌 중 가장 초라한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선발된 인원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상황에서 탈락한 연습생 팬덤이 보여주는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엑스원 멤버가 발표되면서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일부 멤버에 대한 인신공격이 어마어마하게 돌아다녔었고 심지어는 저주에 가까운 댓글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 프로듀서들이 뽑은 국민 아이돌이 국민 프로듀서에 의해 주저앉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보게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크다.
프로듀스X101은 결국 유종의 미를 남기지 못하고 수렁으로 빠져버렸다. 엑스원의 데뷔가 8월 27일이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엑스원은 박수받으며 데뷔할 수 있을까. 전직 국민 프로듀서로서 걱정스런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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