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주민 A(46) 씨는 얼마 전 비 오던 날 골목길을 지나다 벽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순신 장군 머리 위에 마치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던 것.
그는 "밝은 날 자세히 살펴보니 원의 색상이 빨강색이라기보다는 주황색에 가깝긴 했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인데 이순신 장군 벽화에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그림이라니 어이가 없었다"면서 "옆에는 마치 원시인이 세종대왕을 공격하고, 게임캐릭터가 김구 선생을 저격하는 것처럼 보이는 벽화까지 있어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가 월성동 노후주택가 벽화사업을 진행하면서 오해 소지가 있는 그림들을 아무 맥락없이 나열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벽화들은 지난해 9월 달서구청이 주민주도 참여형 사업으로 예산 500만원을 투입해 만든 것으로, 구청은 "재능기부자와 인근 초등생, 학부모 등 3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선사시대로'를 주제로 만들어진 벽화에는 창을 들고 달려가는 원시인,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백범 김구선생, 권총으로 사격을 하는 게임캐릭터 등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 벽화가 나열된 순서와 방향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상당하다. 역사적 인물과 현대적 캐릭터가 혼재된 가운데 게임캐릭터는 백범 김구 선생을 향해 마치 권총을 조준사격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고, 창을 들고 있는 원시인은 세종대왕의 방향으로 달리는 형상으로 그려져 있는 것. 흰색에 가까운 바탕에 이순신 장군을 그린 벽화는 뒤에 붉은 빛깔의 원이 색칠돼 있어 마치 일장기를 떠올리게 한다.

미술평론가인 김옥렬 아트스페이스 펄 대표는 "공공미술에 있어 장소 특정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마을의 과거와 현재라는 맥락을 모두 무시한 채 벽화를 그려서는 안된다"면서 "불특정 다수가 접하는 공공예술의 특성상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논의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최근 지자체들은 이런 과정들은 생략한 채 치적사업으로 벽화를 남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주민주도 참여형 사업으로 구청이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며 "아직 정식으로 접수된 민원은 없고,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