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들이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서로의 자존심 때문에 상처를 주고받기가 쉽다. 작품에 대한 열정보다는 서로 시기하고 탐내는 순간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러하듯 자기의 순수성과 예술성을 몰라주는 것 같아 자기 지역을 등져 버리고 '우리 지역의 예술은 죽었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은 어느 지역이든 어느 예술 분야이든 마찬가지이며 나 역시 그러함을 인정한다. 그런데 다른 지역을 찾아가 공연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자기와 뜻을 같이하는 동지애적 사람을 많이 만날 수가 있다. 가끔씩 만나기 때문에 나타나는 아이러니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작품으로 대화하고 예술만이 가지는 힘을 공유하려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지역의 예술을 돌이켜보고 대한민국의 예술세계를 생각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측면은 예술의 생태계를 단면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자존심과 시기와 질투는 인간 본연이 가지고 있는 나쁜 자아이며 존경심과 공유와 소통은 그러한 자아를 극복하려는 또 하나의 모습인데, 이러한 형태가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명공연거리야말로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공연 집적촌으로서 '공유와 소통'이라는 예술의 행위를 할 수 있는 요인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 향후 대구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공연 거점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대명공연거리의 전국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금 대명공연거리의 현실을 보면 지역 예술 단체에만 의존해 발전을 기대하는 것 같아 아쉬움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예술 단체들도 지원에만 너무 의존해 미래에 대한 준비를 스스로가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모두들 말한다. '대명공연 거리는 서울 대학로 다음으로 한국에서 손 꼽히는 공연 거리라고'.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기대만을 하고 있다. 이제 하나씩 준비를 해야 만 한다. 이에 대명공연거리의 나아갈 바는 새로운 네트워크의 형성에 있다고 본다. 이 지역에만 머물지 말고 대한민국 전체를 두고서 활동의 범위를 넓혀 가야 한다. 그리고 각 지역의 우수한 공연들은 계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대명공연거리에서 공유하며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서울 작품만이 아닌 지역의 작품들도 생존할 수 있고 자립할 수 있고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관객을 몰리게 할 수 있다. 그러면 본질의 연극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 한가운데 대명공연거리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지금까지도 잘 버텨주었지만 향후 30년은 대한민국의 네트워크 및 세계적 네트워크의 구축이 이곳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한국판 에든버러나 아비뇽축제를 만들자!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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