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복현중학교(대구시 북구 동북로)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2019년 텃밭가꾸기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올봄 학교에 텃밭을 일구어 완두콩, 상추, 옥수수 씨를 뿌리고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오이를 심었다. 괭이질과 호미질은 힘들었지만, 새로운 생명이 세상에 나오고 자라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5월 말, 학생들의 첫 수확물은 완두콩이었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흔한 완두콩이었지만, 봄부터 땀 흘린 학생들에게는 '평범한 완두콩'이 아니었다. 첫 수확 기쁨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의논 끝에 완두콩을 인근 복지관과 장애인보호센터에 나누어 드렸다. 6월 중순 두 번째로 수확한 완두콩은 백설기를 만들어 교내에서 나눔 잔치를 열었다.
이창걸(복현중 교장)은 "복현인 학습자상 중 하나는 감사하는 사람(Gratitude)이다. 학생들이 텃밭에서 가꾸고 수확한 완두콩으로 떡을 만들어 자신들을 키우고 가르쳐주시는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드리고,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는 것은 크게 칭찬받을 일이다. 수확물의 많고 적음을 떠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했다'는 것은 학생들이 건강한 청년, 글로벌 학생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뻐했다.
손효섭 복현중 학생회장은 "처음 해본 텃밭 가꾸기라 서툴고 힘들었지만, 열심히 물을 주고, 풀을 뽑고, 채소들이 점점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협동해서 채소를 길러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고 말했다.
◇ 작물 가꾸기로 학생 생활교육
유태일 복현중 교사는 "일반적으로 학교생활지도는 선생님이 지도하고, 학생들은 따르는 방식이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이 방식은 반감을 일으킬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텃밭을 일구고 작물에 물을 주면서 가정과 학교생활의 힘든 점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놀랍게도 평소에는 말이 없던 아이들도 속내를 털어놓았다. 나아가 선생님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하니 '선생님의 충고'도 잘 따르는 등 변화가 생겨났다"고 말한다.
이세현(3-3반) 학생은 "선생님에게 혼났을 때는 비록 제가 잘못한 일이라도 반항심이 생겼는데, 텃밭에서 작물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텃밭에서 키운 완두콩으로 학교에서 백설기를 만들어 주셨을 땐 정말 기뻤고, 고마웠습니다."고 말했다.

안이수(3-3) 학생은 "텃밭 작물들이 시들시들한 것을 보고 물을 주었는데, 물을 줄 때는 힘 들었지만, 얼마 뒤에 시들시들하던 작물이 힘차게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고 했다. 작물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회도 우리가 어떻게 보살피고 가꾸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텃밭가꾸기를 통해 경험한 것이다.
배선주(1-3반) 학생은 "학교 텃밭에서 키운 상추를 수확하고 깨끗이 씻어서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었어요. 정말 맛이 좋았고, 잊을 수 없는 중학교 생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고 했다.
◇ 텃밭 가꾸기로 잘못 깨닫고 반성
복현중학교는 지난 2017년 3월 경진중학교와 옛 복현중학교가 통합, 복현중학교로 새롭게 출발했다. 학생들 간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많았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학생선도위원회가 자주 열렸다.
학생들간 문제는 2018년부터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고, 2019년 텃밭을 가꾸면서 크게 줄었다.

이혜영 선생님(상담교사)은 "청소년들은 선생님에게 벌이나 훈계 받는 것을 싫어하지만, 텃밭 가꾸기는 즐거워한다." 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선도위원회의 조치에 따라 학생들이 시행하는 청소, 쓰레기 줍기 등 의무 봉사활동은 건성으로 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텃밭 가꾸기는 즐거워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복현중학교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아침밥상에는 학교 텃밭에서 키운 상추와 오이가 반찬으로 올라올 때가 많다. 그런 까닭에 학생들은 학교 텃밭에 더 애착을 갖고 작물의 성장에도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 보람과 성취 "학교생활이 즐거워"
복현중학교에서 학교 텃밭을 가꾼 것은 2019년이 처음이다. 수확물이 많지는 않지만 그 수확물을 학생회가 주로 선생님들께 판매해 학생 축제, 부스 운영을 위한 작은 실천들을 주도하고 있다. 김나영(3-2)학생은 "2학년 때 학교생활이 힘들었는데, 3학년 때 학교 텃밭가꾸기에 참여하면서 학교생활이 즐겁고 교장 선생님께서 텃밭 수확물을 구매해주시고 칭찬해주시니 신난다."고 밝혔다.
유태일(생활안전부장)은 "학생들의 생활교육과 심리적 안정과 친구관계 증진, 학교폭력예방을 위해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텃밭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생들이 학창생활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큰 성과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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