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덕희, 청각 장애 선수 최초 ATP 투어 승리

선천성 청각 장애 3급 핸디캡 딛고 투어 대회서 승리

이덕희 선수가 19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윈스턴세일럼오픈 경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덕희는 이날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120위·스위스)에게 2-0)으로 승리해, ATP 투어 사상 최초로 단식 본선에서 승리한 청각 장애 선수가 됐다. AP연합뉴스
이덕희 선수가 19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윈스턴세일럼오픈 경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덕희는 이날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120위·스위스)에게 2-0)으로 승리해, ATP 투어 사상 최초로 단식 본선에서 승리한 청각 장애 선수가 됐다. AP연합뉴스

테니스 국가대표 이덕희선수가 최초의 청각장애 투어 승리 선수가 됐다.

청각 장애 3급인 이덕희 선수는 19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세일럼 오픈(총상금 71만7955달러) 대회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120위·스위스)을 2대0(7-6, 6-1)으로 제압했다. ATP 투어 단식 본선 사상 최초의 청각 장애 선수의 승리다.

1998년생 이덕희는 어릴때부터 테니스 신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선천성 청각 장애의 어려움을 딛고 19살 때인 2017년에 세계 랭킹 130위까지 올랐다. 2014년에는 국제테니스연맹(ITF) 퓨처스 대회에서 16세 1개월의 나이에 우승, 정현(151위·한국체대)이 갖고 있던 국내 최연소 퓨처스 우승 기록(17세 1개월)을 경신하기도 했다.

청각 장애를 딛고 투어 무대에 도전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등 세계적인 톱 랭커들이 메이저 대회에서 이덕희를 훈련 파트너로 초청했었다.

이덕희는 "경기할 때 심판의 콜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난감한 상황도 나온다. 아웃 판정을 듣지 못해 혼자 경기를 이어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오히려 소리가 안 들려서 집중하기 좋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승리도 이덕희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생애 처음으로 투어 대회 단식 본선에 출전했지만 2017년 세계 랭킹 93위까지 올랐던 라크소넨을 맞아 서브 에이스 9개를 기록하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내 기선을 잡은 이덕희는 2세트에서는 한 차례도 브레이크 포인트를 내주지 않고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2세트 게임스코어 5-1로 이덕희가 앞선 상황에서 비 때문에 5시간 가까이 중단됐다가 현지 시간으로 오후 10시를 넘어 끝났다.

테니스계도 깜짝 승리에 놀랐다. 윈스턴세일럼 오픈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덕희와 인터뷰한 영상을 게재하며 'ATP 투어 최초의 청각 장애 선수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TP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도 이덕희의 청각 장애 선수 사상 첫 투어 대회 단식 본선 승리 소식을 주요뉴스로 전했다. 사귄지 1년정도 된 여자친구와 약혼을 한 사실과 여자친구가 세일럼 투어 첫승 인터뷰때에도 통역을 해준 사실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이번 승리로 2회전에 오른 이덕희는 대회 3번 시드를 받은 후베르트 후르가츠(41위·폴란드)와 대결한다. 2회전 상대 후르카치는 이달 초 ATP 투어 로저스컵 2회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8위·그리스)를 꺾는 등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의 선수다. 키도 196㎝로 175㎝인 이덕희보다 20㎝ 이상 크다.

그러나 승리를 자신했다. 이덕희는 "오늘과 같은 태도로 임하겠다. 최선을 다한다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