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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강의 생각의 숲] 괴벨스와 리플리 증후군

권미강 작가
권미강 작가

괴벨스는 히틀러를 만들어낸 인물이자 선전선동의 귀재로 꼽힌다.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히틀러를 영웅으로 선전했던 사람이다. 독일이 패망하자 히틀러는 후임으로 괴벨스를 지목하고 자살한다. 괴벨스는 단 하루짜리 총리제독이 되고 가족들과 동반 자살로 히틀러 뒤를 따른다.

다리를 절었던 열등감을 풀어준 히틀러를 위해 제2차 세계대전의 당위성을 선전했던 그의 선동 때문에 무수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비참한 삶을 살았다. 그의 대중선동 기술은 많은 권력자들에게 사용됐다. 그 최후가 비참한데도 괴벨스 방식이 독재자를 위한 홍보 마케팅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99가지의 거짓과 1개의 진실을 적절하게 배합하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대중은 처음에는 거짓말을 부정하고 의심하지만 되풀이되면 결국 믿게 된다"는 괴벨스의 말은 세상을 자기중심으로 바꾸려는 권력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상 속 허구를 사실이라고 믿는 심리적 장애인 '리플리 증후군'이 있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을 딴 병명이다. 자신이 상상하는 거짓 세계를 스스로도 사실이라고 믿으며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사실과 거짓말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증세다. 괴벨스의 생애를 보며 그가 리플리 증후군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나중에는 거짓조차 사실로 믿어버리며 그걸 독재자를 위한 선전선동에 이용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에게도 괴벨스의 선전선동에 이끌리던 시절이 있었다. 진실을 입 밖으로 내기만 해도 안기부로 끌려가서 고초를 겪었던 시절, 언론들은 괴벨스의 나팔수가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언론의 자유를 가질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스스로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괴벨스들이 진실을 막아서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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