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오직 '조국'을 위해 나라를 이토록 흔드나

문재인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자 미국 정부가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했다. '미국 정부도 이해했고 한미동맹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던 정부 발표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미 국무부는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려했다.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결정이 갑작스레 이뤄진 배경을 두고 국민들은 경악한다.

지소미아를 두고선 그동안 미국과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북 미사일 궤적 등 취약한 정보 취득을 위해서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실제로 문 정부가 돌연 파기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그런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가 마지막 순간에 뒤집어졌다면 한미 동맹에 금이 가더라도 파기해야 할 정도로 다급했다는 뜻이다.

무엇이 문 정부를 그리 다급하게 만들었는가. 정부는 "(지소미아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지만 궁색하다. 그런 이유라면 굳이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할 것처럼 위장할 이유가 없었다. 공개적으로 '국익 합치' 여부를 논의해야 했고,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도 없다.

문 정부를 진짜 다급하게 만든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론 악화와 친일 반일 프레임 속에서 치르려는 내년 총선 전략으로 읽힌다. 한일 경제전쟁 속에 죽창가를 불렀던 조 후보자는 문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친일 프레임에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인물이다. 무리수를 둔 것이 국민 분노가 폭발하며 자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조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은 자연스럽다.

조 후보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보호할 가치가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의혹은 불거지는데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나기 일쑤다. 의혹은 구체적인데 이를 두고 '가짜 뉴스'니 '허위 사실' '의혹 부풀리기'라며 조국 구하기에 나선 청와대와 여당의 해명은 어느 것도 구체적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역설한 지 한 달도 안 됐다. 지금 나라는 마구 흔들린다. 한미 동맹까지 훼손되게 생겼다. 이토록 나라를 흔들면서까지 조국 후보자를 구할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이왕 흔들릴 나라, 끝까지 가보자는 오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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