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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莫須有(막수유)-생사람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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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악비(岳飛)는 금(金)나라와의 싸움에서 큰 공을 세운 송나라의 유명한 장수다. 그는 소통에 능하지 못해 주위의 미움을 사는 일이 많았다. 또 자신의 청렴과 재능을 과신해서 황제마저도 무시하는 듯한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의 빈축을 샀다. 줄곧 금나라와의 전쟁을 주장하는 그는 주화파(主和派)들에게는 커다란 골칫거리였다. 악비를 제거하기 위해 승상 진회(秦檜)는 사람을 시켜 그를 모함하고 뒷조사도 했다. 아무리 파도 죄가 될 만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 악비와 친분이 있는 주전파의 장령 한세충(韓世忠)이 보다 못해 진회에게 "악비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소이까" 하고 따졌다. 진회가 "(털어보면) 있을지도 모르지 않소(莫須有)"라고 했다. 막수유(莫須有)의 유래다. 털면 나올 것이라는 뜻으로 전근대적인 유죄추정(有罪推定)의 원칙이다. 지금은 터무니없이 상대에게 누명을 씌워 모함할 때 쓰인다.

남을 모함할 때 막수유만큼 편리한 방법도 없다. 일단 잡아서 가혹한 형벌로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처형을 한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은 서양판 막수유였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확립된 현대에도 후진 사회에서는 정적 제거나 국면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종종 사용되기도 한다. 요즘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많다. 과거 검찰이 행한 막수유에 대한 기억도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2003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며 이라크를 공격했다. 이라크를 점령해서 뒤지면 대량살상무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였다.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 대량살상무기는 맘에 들지 않는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기 위한 거짓 명분용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에 사과하지 않았고, 이라크전쟁이 독재자를 제거하고 아랍의 봄을 가져왔다고 변명했다. 힘을 가진 자에게 막수유는 이래저래 편리한 구석이 있다. 그러면 상대방의 고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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