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가사의 인도] 힌두교 경전 속의 괴물 '좀비'

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현대인들의 입에 회자되는 '좀비'는 도깨비처럼 친근한 이미지를 풍긴다. 그러나 고대 힌두교 경전에 등장하는 좀비(zombie) 원형은 극히 흉측한 괴물이었다. 영혼이 떠난 육신은 분해되어 잔해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거나 흙에 동화되어야 윤회 법칙이 정상 가동된다. 그러나 때로는 윤회 법칙 작동 이상으로 영혼 없는 육신이 그대로 무덤 속에서 매우 오랜 세월을 보내는 기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무덤 속 산송장인 좀비들은 오랜 세월 동안 무덤에 갇혀 지내다가 이들을 불러내는 악령의 나팔소리를 듣고 좋아하며 무덤 밖으로 달려 나가 인간사회를 어지럽히고 돌아온다.

현대 영화 제작자들이 흥행 목적으로 이 흉측한 괴물에다 인간 친화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도깨비처럼 친근감을 느끼게 한 결과로 요즘 상호나 상품명에 '좀비'를 애칭처럼 붙이게 되었다. 필자가 처음 고대 인도의 신비 사상에 심취되었을 때, '좀비'라는 흉측한 괴물이 과연 존재할까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신화와 전설은 은유적이라지만 좀비만큼 흉측한 괴물은 존재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에 그 '좀비'라는 흉측한 괴물이 우리나라 도처에서 득실대는 것을 목격하고 경악하게 되었다. 그 좀비 군상들을 한동안 불안한 눈초리로 지켜보다가 중앙의 모 유튜브 방송 대담 프로에 출연하여 국내에 득실대는 좀비 목격담을 털어놓고 있다. 대담 사회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국내에서 설쳐대는 좀비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해보라기에 나는 주저없이 이렇게 말했다. 드루킹, 킹크랩! 그들은 악령의 나팔소리를 듣고 무덤에서 우우 몰려나와 국민 여론을 밤 사이에 뒤집어놓기도 하고, 청와대 게시판에 귀신이 곡할 장난질을 하고는 어둠과 함께 사라지니 이게 좀비일 것이다. '알릴레오'라는 요상한 이름의 나팔수는 좀비들을 무덤에서 불러내어 악역을 시키는 악령 괴수라고 할 수 있다. 이 얘기를 들은 수십만 시청자 중에 공감 반응은 많아도 반감 댓글은 여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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