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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胸有成竹(흉유성죽): 준비한 자는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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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가슴(胸) 속에 완성된 대나무(成竹)가 있다(有)는 말이다. 대나무를 그리기 전에 마음속으로 먼저 대나무를 그린다는 것인데,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북송(北宋) 때 수묵(水墨) 대나무를 그리는 묵죽(墨竹)으로 유명한 문동(文同)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문동은 신종(神宗) 연간에 양주(洋州)에서 지주(知州: 주의 장관)를 지냈다. 양주 서북쪽에는 크지는 않지만 굵고 마디 사이가 넓은 운당(篔簹)이라는 대나무가 많이 나는 운당골이 있다. 그는 시간만 나면 그곳에 갔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대나무와 죽순이 움트는 모습, 잎이 돋는 모양, 안개나 눈비가 내릴 때의 풍경을 살폈다. 시간이 흘러 눈을 감아도 대나무의 모든 것이 눈앞에 훤하게 비칠 정도가 되었다. 붓을 한 번 휘두르면 마디와 잎사귀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묵죽이 그려졌다. 문동의 묵죽은 천하일품(天下一品)으로 알려지고, 사람들이 비단을 들고 그림을 받으러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었다.

문동은 북송의 문장가 소식(蘇軾, 호 동파)의 이종형이다. 문동은 그에게 운당언죽(篔簹偃竹: 운당골의 휘어진 대나무)이라 이름 붙인 그림을 선물했다. 문동이 죽고 난후 소식이 서책을 말리다가 그 그림을 발견하고 "(문동의) 마음속에 완성된 대나무가 있었다(先得成竹於胸中)"며 그를 추모하는 글을 지었다. 후에 문동에서 소식으로 이어지는 문인화(文人畵)의 호주화파(湖州畫派)가 형성되었다.

소식의 제자로 학자이며 시인인 조보지(晁補之)는 문동의 그림을 논하면서 "여가(문동)가 대나무 그림을 그릴 때(與可畵竹時)는 가슴 속에 대나무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胸中有成竹)"고 했다. 좋은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잘 준비해야 한다는 뜻의 흉유성죽은 여기에서 나왔다. 지난주에 수능이 끝났다. 흉유성죽한 학생들의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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