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눈물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수필가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나는 TV를 보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는 못 본다는 말이 맞겠다. 15년이라는 세월의 단절은 요즘 젊은 연예인이 누가 누군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연예계 깜깜이가 되고 말았다. 간혹 식당에 켜놓은 화면에서 어딘가 본 듯한 얼굴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 부자연스런 얼굴에서 세월 따라 마음대로 늙을 수도 없는 여자 연예인들의 직업적 고충을 읽을 수가 있다. 성형수술로 인해 주름과 함께 표정도 없어져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그게 더 이상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예전에는 '환갑노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60대는 노인 취급을 받았다. 막상 그 나이가 되었지만 청춘으로 착각을 하다가 거울을 보고서야 깨어나기도 한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테스토스테론이 감소되어 여성화 된다는데 대표적인 현상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눈물을 잘 흘린다는 점이다. TV를 접하지 않으니 내겐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 전 드디어 누선(淚腺)을 자극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그게 노화 탓인지 인간 본연의 보편적인 감정 때문인지는 모를 일이다.

지난 주 토요일은 전주를 다녀왔다. 고교 동기 자녀의 혼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전북 전주 출신이면서 대구에서 대학을 나와 교편생활을 하던 사람과 결혼을 했다. 처가가 전주에 있는 전형적인 영호남 커플이었다. 큰 아이도 외가가 전주에 있어서인지 대구에서 고교까지 다녔지만 전북대학교로 진학을 했고 학교를 같이 다니던 아가씨와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오명의 88고속도로는 광주대구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시원하게 확장개통 되어있었다.

식이 진행되고 아이들 성장 과정의 영상이 화면에 비춰지자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친구 부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친구의 부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큰 아이가 고교 1학년,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암으로 세상을 떴다. 터울이 많이 진 동생이 형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고, 뒤로는 아이들과 같이 찍은 생전의 엄마 모습이 화면으로 떴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한다. 사연을 알고 있는 우리들은 누구라 할 것도 없이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겨우 초등학교 1학년짜리 늦둥이 아들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고인은 숨을 거두기 몇 달 전부터 아이가 상처받을 것을 걱정해 곁에 못 오게 했다고 한다. 정을 떼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렸을까. 실제로 장례식장에서 만난 작은 아들은 슬퍼하지도, 울지도 않았다. 엄마의 배려가 담긴 천진난만한 그 모습이 오히려 우리를 더 슬프게 했었다. 예식장에서는 엄마를 기억하는 모든 이가 울었지만 축가를 부르는 작은 아들만은 씩씩하게 노래를 불렀다. 객관화된 슬픔이 더 서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결손에도 잘 자란 아이들이 대견스러워 보였다. 배로 행복하기를 빈다.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수필가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진숙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컷오프설과 관련해 다양한 경선 방식을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
경찰이 다올투자증권과 다올저축은행에 대한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혐의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사...
충남 아산에서 택시기사 B씨가 50대 남성 A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며, A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