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 즉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원거리 통학·통근을 이유로 독립해 사는 이들은 이제 일반적이다. 적극적 비혼을 택했거나 배우자와 (황혼)이혼·사별한 장기적 1인 가구, 가정을 꾸렸으나 직장이나 자녀 교육을 이유로 기러기 부부가 돼 혼자 떨어져 생활하는 일시적 1인가구도 많다.
우리 사회는 먼 과거 대가족에서 가까운 과거의 핵가족을 거쳐 최근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s. 아이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 1인 가구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구 형태를 인정하며 모든 사회 구성원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본지는 모두 5차례에 걸쳐 1인 가구의 생활상과 유형별 대표 인물, 1인 가구 시대의 미래와 과제 등을 살펴 본다. -편집자주-
◇ 여러 형태의 1인 가구
1인 가구가 대세인 시대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이처럼 혼자 사는 사람을 안쓰럽게, 혹은 어딘가 부족한 사람인 듯 보는 시선이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옛 것이 돼 버린 편견을 보란듯 떨쳐내고 혼자 지내는 삶을 즐기는 이들이 늘었다.
대구 동구 부모님 집에 살던 디자이너 권가은(28) 씨는 최근 달서구 성서공단 직장에 취업하면서 가까운 다가구주택에 월세로 입주했다. 직장까지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다 보니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집에 있는 동안엔 처음 얻은 '나만의 공간'을 취향대로 꾸미거나 고양이 두 마리를 돌보는 낙으로 지낸다.
미혼인 대학 교직원 이종해(34) 씨는 결혼할 때가 되어서야 독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일찌감치 아파트를 장만했다. 일찍 결혼한 또래들에 비하면 직장 내 동아리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관심사가 비슷한 미혼의 또래들과도 정기 모임을 하며 친분을 쌓는다. 독립 전엔 서툴던 요리, 세탁 등 집안일에도 능숙해졌다.
유학 중인 딸과 아내를 외국에 두고 기러기 아빠로 사는 음악계 종사자 오상국(54) 씨도 "가족 생각에 외로울 때가 많지만, 혼자 살기에 여건이 그리 나쁘지도 않다. 남는 시간을 혼자 보내는 대신 업무 상 만난 사람들과 자주 시간을 보내며 여가와 일을 동시에 충족한다. 주체성과 독립심이 커질 수록 큰 책임감을 느끼며 삶을 허투루 보내지 않게 된다"고 했다.
◇편하고도 불편하다
1인 가구로 지내기엔 어려운 점도 여전히 많다. 자발적으로 삶의 형태를 택했지만 '어서 가족을 이뤄 살라'는 주변인 참견을 받기 일쑤고, 대다수 생활 인프라나 주거 정책도 여전히 부부 등 다인 가구를 중심으로 맞춰진 탓이다.

비혼주의자로 독립을 준비 중인 작곡가 박성미(36) 씨는 "오피스텔과 소규모 아파트 사이쯤 되는 1인용 주거공간과 금융 지원책이 있으면 좋겠다. 아파트는 여가·운동시설과 보안이 뛰어나지만 혼자 살기에 너무 넓거나 비싸고, 반대로 오피스텔이나 원·투룸은 잠만 자는 공간이거나 생활 인프라가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1인 가구를 '충족의 대상'으로 볼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이런 삶의 형태를 존중받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다인 가족은 다른 구성원에게서 정서적 위안을 얻는 대신 공동체 생활 결과 불가피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반대로 1인 가구는 함께 사는 가족에게 위안을 얻지 못하는 대신, 자기 계발과 취미생활에 오롯이 투자하며 주체적 삶을 살 수 있다.
권 씨는 "언제든 누구와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연락할 수 있고, 남자친구나 친구를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거나 홈파티도 즐길 수 있어 인간관계가 더욱 풍성해진 기분이다. 통금시간에 얽매지 않고 바라던 반려동물도 마음껏 키우며 원하는 때 결혼을 택할 수도 있다. 내게 주어진 삶을 마음껏 설계해 살아 보니 만족감과 책임감이 모두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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