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부모님을 만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49년 전 노르웨이로 입양된 후 일본, 미국, 스웨덴 등을 떠돌며 살면서도 평생 핏줄에 대한 갈망을 놓지 않은 권영숙(49·아그네스 달베르그) 씨. 성인이 된 후 벌써 수십 년째 친부모의 흔적을 수소문 중이다. 권 씨는 "한국인으로 정체성은 끝없는 갈증 같다"며 "원망은 없다. 그냥 '낳아줘서 고맙다. 보고 싶었다'고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권 씨는 오랫동안 입양 당시 아동 양육기관을 대상으로 친가족의 흔적을 수소문하던 중 지난 1999년 대구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을 통해 길에 버려져 있던 자신을 발견해 경찰에 인계했던 A(66) 씨와 소식이 닿을 수 있었다.
A씨에 따르면 권 씨는 1971년 5월 24일 오후 5시 30분쯤 대구 수성구 수성동1가(당시 동구) 동성초등학교 인근 논두렁에서 발견됐다. 당시 19살이었던 A씨는 "먼 발치에서 한 여인이 계속해 나를 바라본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두운 색 옷을 입고 오두막집 근처에 서 있었는데, 이내 모습이 사라졌다"고 권 씨에게 당시 기억을 털어놨다.
그때 권 씨는 생후 1주일이 채 안 된 신생아였다. A씨는 곧장 권 씨를 수성파출소에 신고했고 그날 바로 백합보육원으로 인계됐다. 그곳에서 이름과 생일을 부여받은 권 씨는 그해 10월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권 씨의 입양생활은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두 살 때 양부모가 결별하며 양어머니는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양아버지는 2년 후 일본인과 재혼했고, 11살 때 일본으로 이주해 8년을 살았다. 이후 권 씨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며 독립했고, 그 후 스웨덴에서 일하면서 지금의 남편 칼(64)을 만났다.
권 씨는 "유년시절 인구 6만명 남짓한 노르웨이의 소도시에서 살았는데 이방인이라는 것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며 "더구나 불행히도 노르웨이 양어머니, 일본인 양어머니 모두와 사이가 안 좋았다"고 했다.
양어머니들과의 소홀한 관계는 자연스레 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호기심으로 번졌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의 노력에도 아직 친부모는 찾지 못했다. 수차례 DNA 검사를 했지만, 친척으로 추정되는 3명 역시 수십 년 전 외국에 입양된 사실만 확인했다.
권 씨는 "지금 이대로도 행복하지만 그럴수록 부모님 얼굴, 가족 친척들 얼굴을 한 번이라도 만져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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