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8년 전 입양, 권영숙 씨가 바라는 성탄절 기적은…

1971년 노르웨이 입양…대구 동성초교 인근 논두렁서 발견 "원망 없어 '보고 싶었다' 말할 것"
수녀원에서 당시 발견자 수소문해 상봉하기도, DNA검사 일치자 없어 가족 찾기 막막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고향을 찾은 권영숙(48·아그네스 달베르그)씨가 지난 1999년 방한해서 찾아갔던 발견 장소 사진과 유년시절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고향을 찾은 권영숙(48·아그네스 달베르그)씨가 지난 1999년 방한해서 찾아갔던 발견 장소 사진과 유년시절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부모님을 만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49년 전 노르웨이로 입양된 후 일본, 미국, 스웨덴 등을 떠돌며 살면서도 평생 핏줄에 대한 갈망을 놓지 않은 권영숙(49·아그네스 달베르그) 씨. 성인이 된 후 벌써 수십 년째 친부모의 흔적을 수소문 중이다. 권 씨는 "한국인으로 정체성은 끝없는 갈증 같다"며 "원망은 없다. 그냥 '낳아줘서 고맙다. 보고 싶었다'고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권 씨는 오랫동안 입양 당시 아동 양육기관을 대상으로 친가족의 흔적을 수소문하던 중 지난 1999년 대구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을 통해 길에 버려져 있던 자신을 발견해 경찰에 인계했던 A(66) 씨와 소식이 닿을 수 있었다.

A씨에 따르면 권 씨는 1971년 5월 24일 오후 5시 30분쯤 대구 수성구 수성동1가(당시 동구) 동성초등학교 인근 논두렁에서 발견됐다. 당시 19살이었던 A씨는 "먼 발치에서 한 여인이 계속해 나를 바라본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두운 색 옷을 입고 오두막집 근처에 서 있었는데, 이내 모습이 사라졌다"고 권 씨에게 당시 기억을 털어놨다.

그때 권 씨는 생후 1주일이 채 안 된 신생아였다. A씨는 곧장 권 씨를 수성파출소에 신고했고 그날 바로 백합보육원으로 인계됐다. 그곳에서 이름과 생일을 부여받은 권 씨는 그해 10월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입양당시 권영숙 씨.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입양당시 권영숙 씨.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권 씨의 입양생활은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두 살 때 양부모가 결별하며 양어머니는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양아버지는 2년 후 일본인과 재혼했고, 11살 때 일본으로 이주해 8년을 살았다. 이후 권 씨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며 독립했고, 그 후 스웨덴에서 일하면서 지금의 남편 칼(64)을 만났다.

권 씨는 "유년시절 인구 6만명 남짓한 노르웨이의 소도시에서 살았는데 이방인이라는 것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며 "더구나 불행히도 노르웨이 양어머니, 일본인 양어머니 모두와 사이가 안 좋았다"고 했다.

양어머니들과의 소홀한 관계는 자연스레 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호기심으로 번졌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의 노력에도 아직 친부모는 찾지 못했다. 수차례 DNA 검사를 했지만, 친척으로 추정되는 3명 역시 수십 년 전 외국에 입양된 사실만 확인했다.

권 씨는 "지금 이대로도 행복하지만 그럴수록 부모님 얼굴, 가족 친척들 얼굴을 한 번이라도 만져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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