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TV모니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화면이 나타나더니 현대의 첨단 전투기와 쌍엽 전투기들이 화면을 가로지며 모나리자의 팔과 몸통에 폭탄을 떨어뜨린다. 이어 피폭된 지점에서 화려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폭격을 계속됐고 화면엔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더니 어느새 모나리자는 간데없고 전체 화면이 꽃밭으로 바뀌었다. 시간은 대략 6, 7분 정도 걸렸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비디오 아티스트 이이남의 '전쟁과 평화'라는 작품이다.
다른 벽면으로 눈을 돌리자 이번엔 고흐의 자화상이 모니터 화면에 나타났다. 파이프 담배를 물고 한쪽 귀를 잘라 붕대를 동여맨 모습이다. 근데 화면 속 고흐가 한쪽 눈을 껌벅이더니 파이프 담배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화면 상단으로 올라가더니 고흐의 대표작인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작품들로 변해 오버랩 되고 있었다.
작품 '전쟁과 평화'는 파괴적인 폭격을 꽃으로 승화하면서 평화와 재건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었다.
DGB대구은행은 본점 별관에 DGB갤러리를 새단장하고 비디오 아티스트 '이이남-다시 태어나는 빛'전을 개관전으로 열고 있다.
이이남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로 이번 전시에 그는 고전에 디지털을 접목해 현대적 가치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창의성은 독창적으로 창작해 낸 것뿐 아니라 정당한 절차를 거쳐 모방한 작업도 포함된다. 따라서 기존 스타일이나 기법, 언어, 부분 이미지의 인용뿐 아니라 이미지 전체를 차용하는 것이 이제는 보편적 미술현상이 됐다. 고전 명화를 화면에 도입하고 새로운 움직임과 변형을 가하는 이이남의 작업 또한 여기에 속한다.
조소를 전공한 이이남은 학생들과 애니메이션을 수업하는 과정에서 정적인 그림에 동적인 움직임을 덧붙이는 아이디어를 얻어 명화나 한국화 등에 영상처리를 하는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기존 작품이 일상과 현실에 대한 관심의 반영이었다면 최근 거장들의 명화를 차용한 작품들은 과거로의 시공간 여행이자 오래된 것들의 변화, 즉 그것들을 소생하고자 하는 의미가가 담아 작업하고 있다. 테크놀로지라는 약물을 투여해 명화 작품 속 배경에 기후의 변화를 일으키거나 화면 속 이미지들이 갖는 잠재적 움직임을 실재적 움직임으로 대체함으로써 고전 명화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여러 장의 프레임으로 펼쳐 놓은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에서는 소녀의 눈에 한줄기 눈물을 삽입해 놓았을 뿐인데, 그게 바로 화가 베르메르와 하녀 그리트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슬픔을 더욱 간절하게 극대화시키고 있었다.
이처럼 이이남이 차용하는 명화의 긍정적 수용과 공감대 형성은 관람객을 명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 초시공간적 전이를 체험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전시는 2월 27일(목)까지.
문의 010-5339-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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