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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통령의 워딩과 현실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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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준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 후 환담을 하고 있다. 삼정검의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준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 후 환담을 하고 있다. 삼정검의 '삼정'은 육·해·공군과 호국·통일·번영의 3가지 정신을 의미한다. 이날 문 대통령은 77명에게 삼정검을 수여했다. 연합뉴스
최병고(경제부장)
최병고(경제부장)

'워딩'(Wording)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면 '자기의 생각이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언어 표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시중에선 생소할 법한 이 단어를 기자들은 자주 쓴다. 기자는 말을 좇는 직업이다.

유력 정치인 같은 공인의 말 한마디는 기사가 되고 특종이 된다. 말은 해석이 따르고, 그 과정에서 진의 논란이 일기도 한다.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말을 주워 담거나, '그런 말은 했지만 그런 뜻은 아니었다'고 우기기도 한다. 그럴 때 기자들은 "그래서, 정확한 워딩이 뭐였지?" 하고 되짚는다.

언론이 가장 주목하는 워딩의 주인공은 단연 대통령이다. 국민은 담화나 회견 등을 통해 최고 국정 책임자의 철학과 현실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워딩들은 꽤 우려스럽다. 자화자찬만 늘어놓거나, 말과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이달 7일 신년사에서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해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다"고 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경제 허리계층인 30, 40대의 감소가 두드러진 반면, 재정 투입 일자리로 분류되는 60세 이상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초단시간 일자리 취업자는 역대 최대로 늘었다. 일할 능력이 있지만 '그냥 쉰다'는 인구(취업포기자) 역시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취업포기자 중에는 한창 일할 나이인 20대와 30대가 가장 많다. 이게 현 고용시장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부동산 관련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장담했다. 많은 국민들이 귀를 의심했다. 남의 나라 얘기인가. 그러고는 한 달 만에 역대 초고강도라는 12·16 규제를 전격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전국 땅값이 2천조원가량 올랐다. 역대 정부 최고 수준이다. 이 정부가 실시한 총 18번의 규제는 오히려 부동산을 과열시키는 불쏘시개가 됐다. '집값주도성장' '세금주도성장'이란 비아냥이 나온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의 집값 폭등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애틋함을 나타냈다. 불과 한 달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많은 국민들에게 갈등을 주고 분열하게 한 것은 정말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과연 연초 검찰 인사에서 조국 및 청와대 관련 수사를 담당하던 검사들이 대거 좌천되거나 물갈이됐다. 대통령의 진심을 짐작할 법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세 번째 확진자가 국내에서 나오자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했지만, 바로 다음 날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오자 우한에서 입국한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뒤늦게 지시했다. 최근 14일 이내 우한에서 입국한 이들은 3천 명으로 추산된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안일하다는 비판이 곧장 쏟아져 나왔다.

올해부터 문 대통령은 본격적인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다. 정부로선 여러 정책 성과에 대한 중압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민은 듣고 싶다. 듣기 좋은 소리, 남 탓만 하는 얘기 말고 부족한 점은 인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대통령의 솔직한 워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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