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킥보드·전동 휠…보행 위협하는 '인도 위 무법자'

'퍼스널 모빌리티' 위험한 동행…현행법상 '자동차'로 분류
주행 단속 적발 1년새 2배↑…"속도 느려 차로 이용 못해"
관련 인프라·법 정비 시급

전동 휠이나 킥보드 등
전동 휠이나 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가 보편화되면서 보행자들의 인도 보행권과 충돌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30일 오후 1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의 한 인도. 한 자전거를 탄 사람이 경적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옆을 쌩하고 지나가나 싶더니 뒤질세라 전동킥보드 한 대와 배달대행업체 오토바이도 보행자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빠져나갔다.

인도를 걷던 김민진(27·달서구 상인동) 씨는 "인도는 보행자를 위한 길인데, 요즘은 오토바이나 전동 휠, 킥보드 때문에 인도를 이용하기가 불안할 정도"라며 "이들을 피해 차도로 내려섰다가 다시 인도로 올라가는 경우도 적잖다"고 하소연했다.

인도 위 보행자들이 오토바이는 물론 전동 휠이나 킥보드를 비롯한 이른바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와의 '위험한 동행' 탓에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오토바이는 당연하고 퍼스널 모빌리티도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된다. 차도로 다녀야 한다는 얘기다. 인도로 다니다 적발되면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보행자와 부딪히는 사고를 낼 경우 '차 대 보행자' 사고로 처리된다.

그런데도 이들의 인도 이용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들의 차로 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 속도 시속 30km 정도로 속도가 느린 탓에 가장자리 차로 주행이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버스전용차로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 일쑤다.

실제로 오토바이와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들이 인도로 다니다 적발되는 사례도 늘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196건이던 이륜차 등의 인도 주행 단속 건수는 지난해 393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퍼스널 모빌리티를 위한 인프라는 자전거도로를 제외하면 없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인도 한쪽에 자전거도로를 구분해둬 사실상 보행자와 마찰이 불가피하다. 보행자와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 모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친환경과 간편성 등을 이유로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고 국내에서도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관련 인프라와 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주로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개인용 이동수단. 전동 휠,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이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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