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은 나무와 같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나무의 몸통이 먼저냐, 가지가 먼저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몸통을 정점으로 가지치기를 해야지, 가지에서 자라난 나무는 뒤죽박죽일 수밖에 없다. 미디어의 다양화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은 일종의 유행이 됐다. 하지만 매체별 통합을 강조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진정한 의미는 메시지의 통합임을 주지해야 한다.
우리는 왜 커뮤니케이션을 통합해야 하는가. 이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시민 또는 고객들은 슬로건을 통해 행정기관이나 기업을 인식한다. 조직의 정체성(identity)을 드러내는 방법인 것이다. 예를 들면 A지방자치단체는 '아늑하고 편리한 서비스', B지방자치단체는 '맞춤형 친절 행정 서비스', C지방자치단체는 '친절은 내부 직원의 행복에서 비롯된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모두 친절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친절에 대해 미세하게 다른 관점이 스며들어 있고 실천 방향까지 담겨 있다. 또 해당 기관의 존재 목적과 타깃을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화자와 청자 간의 약속이다. 슬로건에서 말하는 목표에 따른 실천이 병행되어야 조직의 신뢰성이 담보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헷갈리지 않는다. 또한 장기간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한순간에 나타나지도 않지만 한순간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성공하려면 일관성 있는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로 승부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장점이 많으면 그에 대한 평가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용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연구에 따르면 10개의 장점을 떠올리게 하는 것보다 1개의 장점을 답하도록 한 집단의 평가가 더 긍정적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각만 하려는 '인지적 구두쇠'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많은 메시지를 던져봐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기관의 입장에서는 여러 개의 핵심 가치를 내세우고 싶겠지만, 장점을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고객을 설득하기 어렵다. 우선순위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브랜드들은 오랫동안 하나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대외 커뮤니케이션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내 커뮤니케이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무자들이 핵심 가치를 내재화하고 공유할수록 조직은 한 방향을 향해 추진력 있게 나아갈 수 있다. 개코원숭이의 부하 원숭이들은 20~30초마다 두목 원숭이를 쳐다본다고 한다. 그만큼 리더는 직원들의 관심 대상이다. 리더가 보여주는 핵심 가치에 대한 말과 행동, 그에 따른 일관성은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자신의 지위만큼 보는 눈이 생긴다. 직원들은 당장 눈앞의 일을 해결하는 것이 목표지만 리더는 전체를 봐야 한다. 고급스러운 명품과 저렴한 가격처럼 개별 부서의 목표는 때때로 상충된다. 담당자들이 자기 부서만을 고려한 결과물을 가져왔을 때, 조직의 핵심 가치에 맞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도 리더의 몫이다.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리더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 한 그루를 보기보다 전체 숲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것이 커뮤니케이션에도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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