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걸린 확진자가 두 명 더 발생하고, 첫 2차 감염자가 나온 가운데 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발이 묶여 있는 우리 국민들을 데려오기 위한 '탈출 작전'이 30일 시작됐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우한 폐렴 환자 두 명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모두 6명으로 늘었다. 다섯 번째 환자(32·한국인 남성)는 업무차 중국 우한 방문 뒤 지난 24일 귀국한 경우였다. 이 환자는 평소 천식으로 간헐적 기침이 있고 발열 증상은 없어 능동감시자로 관리를 받아왔다. 최근 실시한 검사 결과 양성이 확인돼 이날 서울의료원에 격리 조치됐다.
특히 여섯 번째 환자(56·한국인 남성)는 세 번째 환자의 접촉자로 나타났다. 여섯 번째 환자는 세 번째 환자의 접촉자 95명 중 1명으로 능동감시를 받던 도중에 시행한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밤 8시 45분 첫 번째 전세기를 우한으로 보냈다. 보잉747-400 기종(404석 규모)의 대한항공 전세기는 오후 11시 23분쯤 우한 톈허(天河)공항에 착륙했으며 우리 국민들을 태운 뒤 31일 오전 6~7시쯤 도착할 예정이다.
애초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와 정오에 인천공항에서 각각 1대씩 모두 2대의 전세기를 급파하고, 31일에 2대를 추가로 보낸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중국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계획이 변경되면서 오전 10시45분으로 예정됐던 현지 교민들의 공항 집결도 미뤄졌고, 전세기도 2대에서 1대로 줄어들었다.
국내로 돌아오는 전세기에는 우한 교민 700여 명 가운데 증상을 보이지 않는 '무증상자' 약 360명이 탑승한다. 이들은 기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방역용인 N95 마스크를 착용했다. 앞서 교민들은 우한 시내 4개 거점 지역에 모여 공항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이들은 입국한 뒤 2주 동안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격리수용시설 건물 안에서 지내게 된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순조롭게 입주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1차로 교민들이 입국하더라도 격리수용시설 입주까지는 갈 길이 험하다.
수용시설 예정지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우한행(行) 전세기가 이륙을 준비하는 시간에도 현지 주민들의 반발은 계속됐다. 주민들은 천안에서 하루 만에 아산과 진천으로 선회한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진입도로를 막고 트랙터를 동원하는 등 시위 강도를 높였다.
공교롭게도 천안은 국회의원 3명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격리수용시설 지역 의원 2명은 한국당 소속이다.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여권 강세지역을 피해 농촌으로 옮긴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격리수용시설 졸속 결정과 번복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은 이날 오후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지만 반발이 컸다. 진 장관은 "경찰인재개발원이 가장 많은 수용 능력을 갖췄기에 이곳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정치논리는 전혀 없었다"고 했지만 분노한 일부 주민은 "대화가 안 된다"며 계란과 돌을 던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회 참가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반발이 사그라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부근에서도 교민 수용을 반대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시위 현장에는 충북혁신도시와 진천군 내 다른 읍·면, 인근 음성군 주민들까지 가세했다. 일부 주민은 "우한교민 수용하려면 청와대로 데려가라", "천안시민은 무섭고 진천군민은 우습냐"고 외쳤다.
우한에서 입국한 국민의 격리수용시설 입주가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정부의 우한 폐렴 대응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교민들이 가까스로 우한에서 벗어나고도 격리수용시설 문제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우한 탈출 작전'은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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