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람석] 4년 망가진 삼성 야구, 부활 책임자가 없다

구단주 겸한 임대기 사장 셀프 '면죄부'…선수단에 책임 전가

지난 9월 2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홈 최종전을 마친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9월 2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홈 최종전을 마친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대구 시민들은 어떤 프로야구단을 원할까. 미국프로야구의 뉴욕 양키스, 일본프로야구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같은 삼성 라이온즈를 바라고 있음에 틀림없다.

삼성그룹 역시 상당 기간 야구 선진국의 최고 인기구단인 양키스와 요미우리를 모델로 삼았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는 등 실패가 더 많았지만 집요하고 거침 없는 공격적인 투자로 2000년대 들어 한국시리즈를 4연패(2011~2014년) 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돈성'이란 비아냥이 있었지만 삼성과 대구 야구팬들은 이 말조차도 자랑스러워했다. 그 배경에는 삼성 제일주의와 대통령을 여럿 배출하며 정권을 좌지우지한 대구시민들의 자존심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삼성그룹과 대구시민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국내에서 제일주의를 부르짖는 삼성이 아니라 세계를 호령하는 그룹으로 성장하고, 기업을 일군 주역들이 세대교체하면서 삼성 야구단은 그룹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삼성의 리빌딩 작업을 들여다보면 보면 답이 나온다. 지난 시즌 8위에 머무른 삼성은 김한수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는 것으로 리빌딩 작업을 마무리했다.

스토브리그 기간 FA 영입과 트레이드를 통한 선수 보강은 없었고, 용병 농사에도 실패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핵심 전력인 구자욱과의 연봉 협상도 매끄럽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100억원이 넘는 FA 영입 실패는 덮은 채 2019년 성적이 부진하자 기다렸다는 듯 지난해 연봉(3억원)에서 3천만원을 삭감하겠다며 구자욱의 기를 죽이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선수단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지고 있다. 구단주를 겸한 임대기 대표이사와 홍준학 단장은 사상 최악의 성적 부진에도 건재하다.

구단주가 '을'인 선수단을 제물 삼아 스스로 보호막을 쳤다고 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과 이수빈 삼성경제연구소 회장이 구단주를 맡았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전에는 삼성전자 출신의 실세 대표이사와 단장들도 성적 부진의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처럼 감독 교체를 미적거린 적도 없었고 유명 감독 모시기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현재 삼성그룹에는 야구단에 책임을 물을 의지도 사람도 없는 듯하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 사정과 이재용 부회장이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한가하게 야구단 성적에 관심 가질 때도 아니다.

그럼에도 대구 야구팬들의 우승에 대한 애정과 집착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새 야구장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를 갈망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보금자리를 튼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9위, 9위, 6위, 8위를 차지해 팬들의 가을 축제 참가 열망을 짓밟았다.

2020 시즌에도 삼성의 추락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야구세상, 삼성이 꼴찌를 했을 때 그룹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시민혈세로 새 야구장을 지어 갔다 바친 대구시와 율동을 겸한 응원에 올인하는 젊은 팬들, 비싼 입장료에 호주머니를 터는 가족 관람객, 야구장 갈 때마다 지는 게임을 보는 팬들이 이래저래 불쌍해 보인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삼성 라이온즈 제공
만원 관중이 들어찬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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