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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대구의 세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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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봉준호, 유승민, 추미애
(왼쪽부터) 봉준호, 유승민, 추미애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추미애, 유승민 그리고 봉준호.

2020년 새해는 대구 사람이 '일'을 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먼저 시작했다. 1월 3일 취임과 함께 검찰 흔들기부터다. 자신을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보답이든, 소신이든 국민 관심은 진행형이다. 아마 윤석열 검찰총장이 백기를 들 때까지 이어질지도 몰라 법(法)을 다루는 두 수장의 대결은 슬프지만 흥미진진한 볼거리이다.

다음은 추 장관처럼 1958년생인 유승민 국회의원이다. 지난 9일, 4월 총선 불출마와 함께 보수진영 결속 추진 발표로 이목을 끌고 있다. 2004년 비례대표 당선에 이어 2005년 재보궐 선거에서 뽑혀 '대구의 아들'로 잘나가던 그가 낯선 미답(未踏)의 야인(野人) 길을 걷겠다고 나섰으니 역시 관심거리가 됐다.

다음 날, 미국에선 봉준호 영화감독이 더 큰 일을 냈다. 한국 영화 101년사뿐만 아니라, 92년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의 4개 부문을 휩쓴 '새 역사 쓰기'의 위업(偉業) 달성이다. 1969년생인 그가 저지른 일은 11살 많은 두 선배보다 더욱 빛났다.

새해 벽두부터 시선을 끈 3인의 대구 남녀의 지난 발자취를 보면 앞으로 디딜 발걸음 역시 특별할 것 같다. 추 장관의 별명(추다르크)에 비춰 지금 펼치는 검찰과의 한판 승부는 처절한 결과를 점쳐도 그럴듯해서 그가 지금 추는 검찰 개혁의 칼춤을 지켜보는 고향 사람 마음은 앞선 걱정에 조마조마할 지경이다.

세탁소 딸로 스스로 앞길을 낸 추 장관과 달리 법률가 아들로 온실 속 같은 비단길 삶에다 고향 사람 덕에 한 세월 누린 유 의원 역시 나름 '머리'가 있는 만큼 역할을 기대할 만도 하다. '민주공화국'을 밝힌 헌법 1조 정신을 강조한 그가 머리에 버금갈 '가슴'까지 갖춰 야인의 길을 잘 디디면 추 장관과는 다른 결과도 가능할 터여서 그나마 낫다.

특히 봉 감독의 앞길은 더욱 희망적이고 사람 마음을 당길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의 영화 세계가 추구하는 가치를 꿰뚫어본 나라 밖 사람이 이번에 보인 행동만 봐도 그렇다. 그의 업적은 높이 살 만하다. 대구 사람에게 자긍심을 줄 만도 하다.

중국 우한 폐렴만 빼면 지금 한국은 이들 대구의 세 남녀 이야기로 하루를 여닫는다면 좀 지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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