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너도나도 봉준호' 대구 남구청, 설익은 '봉준호 사업' 눈총

영상·관광자원화 계획 발표…봉 감독과 사전 협의 안 거쳐
코로나19로 지역 공연연극계는 고사직전 "구청에서 실태파악 조차 없더라"

12일 대구 시내 한 서점에서 어린이가 봉준호 감독 인물학습만화책을 보고 있다. 봉 감독 오스카 상 수상 이후 온라인 서점을 중심으로 관련 서적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2일 대구 시내 한 서점에서 어린이가 봉준호 감독 인물학습만화책을 보고 있다. 봉 감독 오스카 상 수상 이후 온라인 서점을 중심으로 관련 서적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남구청이 12일 봉준호 감독과 관련한 영상문화산업과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밝힌 것에 대해 설익은 계획 발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직 봉 감독 측과 이에 대해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은 데다 향후 봉 감독을 만날 계획도 미지수라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남구청이 이날 봉 감독과 연계해 대덕시장 재생영상콘텐츠산업 인프라(지식산업센터) 건립을 재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청은 영상콘텐츠 산업 인프라를 구축해 지역 슬럼화 등을 막고 영상 콘텐츠 교육, 교류 등 지원을 통해 제2, 제3의 봉준호 배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청은 이날 봉 감독이 대구 남구에서 출생해 유년시절을 보낸 것에 착안해 '세계적 거장 문화관광 스토리텔링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산카페거리 인근 봉 감독이 유년시절을 보냈던 주택이 현재까지 남아 있어 이를 관광자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구청이 의욕만 앞서 설익은 관광자원화 계획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봉준호 감독이 유년시절 5년 여간 보냈다며 대구 남구청이 12일 공개한 개인주택. 남구청은 12일
봉준호 감독이 유년시절 5년 여간 보냈다며 대구 남구청이 12일 공개한 개인주택. 남구청은 12일 "주민제보를 통해 이곳에 봉 감독이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앞산카페거리와 연계한 관광자원화 계획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구 남구청 제공

남구청이 이번 계획을 놓고 봉 감독과 사전협의를 전혀 거치지 않았고 봉 감독이 살았다는 남구 대명동의 주택 역시 이렇다할 고증없이 주민 제보에만 의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남구청은 '대구시민의 날' 행사 때 초청받은 봉 감독을 현장에서 만나 관광사업 등에 필요한 협의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 또한 공식적으로 확정된 사안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선거철에 편승한 보여주기식 발표라는 눈초리도 따갑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지역 예술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남구 대명공연거리 관계자는 "봉 감독에게는 연락도 없이 관광자원부터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작 코로나19 여파로 소극장 공연도 못 올려 생활고에 시달리는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단 한 차례도 실태파악을 위한 연락이 없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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