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억울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생기지도, 그리고 한국에 전파되지도 않았으면 이렇지는 않았을 터이다. 혹 전파됐더라도 정부가 잘 대처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첫 확진환자 이후 4번째 확진환자가 나온 28일 밝힌 것처럼 '과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력하고 발 빠르게 선제적 조치를 시행'했으면 지금과는 분명 달랐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이런 억울함은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교회) 교인 환자 발생 등과 관련한 지난 20일 이만희 총회장 글과 23일 교회 입장문을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 총회장은 '특별편지'에서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으로 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폈다. 또 교회 대변인은 "신천지예수교회와 성도들은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라고도 주장했다.
이들에겐 그럴 만하고, 중국발 괴질(怪疾)로 빚어진 일인지라 자신들 입장을 항변할 수도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23일 뒤늦게 감염병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높이고 대구경북 지원은 물론,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조치를 강화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쏟아진 국민적 거센 비판은 마땅했다. 그래도 정부는 피해자인 신천지교회 교인을 포함하여 국민 생명을 지키는 책무를 할 것이다.
이제 신천지교회 사정을 짚자. 이미 23일 오후 4시 현재 대구경북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체 602명 가운데 494명(82%)이고, 신천지 대구교회 확진자만도 329명이니 전체 확진환자의 54.6%이다. 대구 경우 23일 오전 9시 현재 확진자 292명 중 신천지교회 관련자는 248명이다. 게다가 대구 신천지 교인 9천336명의 670명이 연락이 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24일 오전 10시 현재 아직도 30여 명을 추적 중이다.
지금도 신천지 교인 확진자는 속출되는 엄중한 날들이다. 이제 총회장이 사태 수습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일 때다. 지난 1984년부터 '신천지'를 본격 개척, 37년에 걸쳐 20만 명 넘는 '성도'를 일군 지도자이니 그들 신심(信心) 보호도 분명 중할 터다. 하지만 신천지교회와 교인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신천지예수교회 강제 해체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 22일 시작, 3일 만에 46만 명 동의로 표출된 성난 민심(民心) 역시 결코 외면할 일이 아니다.
특히 총회장이 태어난 경북과 그의 교인이 있는 대구는 오랜 세월, 믿음의 종교 터였다. 신라의 경주 젊은이 이차돈의 '흰 피' 순교(殉敎)로 불교를 꽃피웠고, 또 다른 경주인 최제우·최시형의 순도(殉道)로 동학(천도교)이 뿌리 내렸다. 또 신천지 교인 확진자가 몰린 대구는 동학(천도교)과 천주교, 개신교 신자들의 나라 및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고귀한 희생이 깃든 흔적도 숱하다.
총회장은 이런 대구경북의 지난 종교 역사를 살펴야 한다. 그가 신앙생활을 했고, 전국 신천지 교인의 발길이 이어지는 성지 같은 고향 청도를 배려한다면 총회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발 괴질과 사투를 벌이는 정부와 국민, 자랑스러운 종교 믿음의 땅 대구경북의 역사, 성지 같은 그의 고향 앞날을 위해서라도 직접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지금이 지나온 종교적 길에서 얻은 경험과 믿음의 힘을 갖춘 지도자답게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 책무를 다할 때다. '마귀'를 앞세운 해괴한 말은 접고 괴질과의 시간 싸움에서 이길 지도력을 보일 때다. 아흔에 이른 삶의 경륜에 걸맞게 신천지교회와 교인만이 아닌, 고향과 대구경북지역 공동체, 나라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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