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기도지사 특별기고] 봄은 끝내 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제 고향은 경북의 작은 산골 마을입니다. 이맘때면 겨우내 움츠려 있던 봄꽃이 한참 기지개를 켜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합니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이른 봄에 날씨가 오락가락 쌀쌀할 때 주로 이런 표현을 쓰고는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요즘 대한민국의 상황은 절로 이 말을 떠오르게 합니다.
제 고향 경북과 대구 지역의 많은 주민께서 코로나19에 맞서 싸우고 계십니다.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을 것입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온갖 가시 돋친 말들이 쏟아지던 걸 기억합니다. 코로나19라는 말 대신 의도적으로 지역 이름을 넣어서 부르거나, 해묵은 지역감정을 들추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감염증 확산과 확진자 증가에 따라 불안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혐오와 차별, 배제로는 감염병을 이길 수 없습니다. 혐오, 차별, 배제는 의학지식에 기반한 방역활동을 대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발목을 잡기까지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연대와 응원, 격려와 협동정신입니다. 우리가 숱한 국난과 재난을 이겨낸 힘도 거기에서 나왔습니다. 지금도 그 고귀한 정신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감염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구경북 지역으로 한달음에 달려간 의료진들을 보았습니다. 도로에 길게 늘어선 채 현장으로 향하던 구급대원들의 뜨거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많은 국민께서도 우리가 대구경북이라며 마스크와 방역물품을 지원하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자신보다 급한 이를 위해 기꺼이 마스크를 양보하는 이들의 마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연대와 응원, 격려와 협동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금 위기를 극복할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감염병은 지역과 성별, 직업과 종교를 가리지 않습니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아픔은 곧 경기도민의 아픔입니다. 같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우리가 겪는 고통은 다를 수 없습니다.
경기도는 도내 감염병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대구경북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감염 초반부터 지금까지 경기도는 대구경북 지역의 중증환자를 도내 음압병실로 이송하여 치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응뿐만 아니라 일반 의료 체계가 마비되지 않도록 경기도 닥터헬기를 파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춘래불사춘', 사실 이 고사는 단지 날씨에 관한 게 아니라고 하지요. 고향을 그리지만, 도무지 닿지 않는 상황이라 포근한 봄이 와도 마음 속은 여전히 매서운 겨울과 같기에 "여전히 봄이 오지 않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대구경북 지역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합니다. 부모님이나 친척, 연인과 친구, 지인들이, 또 아무런 연고도 없고 얼굴과 이름조차 모르지만 모두가 무사하길 바라며 오늘도 마음 졸이고 계시는 수많은 국민이 있습니다. 그러니 외로워하지 마시고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동 트기 전이 가장 추운 법이고, 아무리 겨울이 매섭고 길어도 결국 봄이 오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도 머지않아 끝날 것입니다. 그날이 오면 평범한 일상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모두가 만끽하게 되겠지요. 제 고향 대구경북 주민을 비롯하여 모든 국민께서 함께 웃으며 맞이할 봄날을 앞당기기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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