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 어른이 옆으로 쓰러진 채 몸에 불이 확 붙어 오르는 상황을 목격하고 그냥 뛰어가 맨손으로 옷을 벗겨냈지요. 긴박했던 순간은 불과 한 20초 정도 걸렸을까요. '큰 일났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시골 동네 이장이 가까운 친척도 없이 외로이 사는 70대 노인을 늘 오가면서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화마에서 노인의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칭송이 자자하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북 청도군 매전면 관하2리 김기동(59) 이장이다. 16년 째 이장일을 맡고 있는 그는 화재가 난 지난 23일 오전 8시 30분쯤, 이날도 한 집 건너 이웃인 이모(73) 씨의 집을 지나며 평소와 다름없이 "어른이 계시나" 하며 아궁이 앞에 앉아 있는 이 씨를 길가에서 보고 지나갔다고 한다.
7, 8분쯤 후 자신의 화물트럭에 갔다가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 한번 이 씨 집을 쳐다봤더니 이 씨가 옷에 불이 붙은 채 쓰러져 있는 위급한 상황을 발견했다. 이 순간 앞뒤볼 것 없이 뛰어들어가 맨손으로 속옷과 겉옷을 벗겨내고 화재를 진압했다. 이 때 자신의 양손도 화상을 입었고, 집으로 뛰어가 아내의 휴대폰으로 구급차를 부르게 하고 이 씨를 대구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했다.
입원한 이 씨는 엉덩이 부위 3도 화상, 등 부위 2도 화상 등 크게 다쳐 상당기간 치료를 해야하고, 병원 측에선 피부이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어른 혼자 밥을 끓여먹는 낡은 집이라 수도도 없고, 우물물을 길 시간도 없어 맨손으로 불을 끄다 화상을 입긴 했지만 불이 옮겨붙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미소지었다.
사고 수습 후에야 자신의 손바닥 껍질이 다 벗겨지고 누른 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양손 화상을 입은 걸 알았다고 한다. 손바닥은 2도 화상, 손가락 한마디는 3도 화상을 입었다.
그는 "15일 정도 입원치료가 필요하나 매일 해야할 일이 많아 대구 병원으로 기차 타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치료를 받고 있다"며 "어른이 언젠가 돌아오면 땔감도 해드리고 또 변함없이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청도군 관계자는 "이장님이 평소 이 씨에게 관심을 갖고 이웃처럼 지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이 씨 또한 치료를 마치게 되면 군 차원에서 보살필 수 있는 더 나은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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