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2만 긴급생계자금 배달에 대구 집배원 '비명'

기존 우편물과 택배에다 긴급생계자금 등기까지
긴급생계자금 처리 탓에 다른 배송이 늦어지기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이 24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에 긴급생계자금 수령방법 다원화와 하루 접수물량 축소 등을 요구했다. 신중언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이 24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에 긴급생계자금 수령방법 다원화와 하루 접수물량 축소 등을 요구했다. 신중언 기자

대구시가 지급하는 긴급생계자금의 배송을 맡은 우체국 집배원들이 늘어난 업무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기존의 우편물과 택배 업무에다 긴급생계자금 등기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24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수령이 시작된 긴급생계자금은 50만원까지는 선불카드로, 초과분은 온누리 상품권으로 각각 지급된다. 문제는 대구시가 지급 대상자로 추산하고 있는 43만 가구 가운데 약 75%인 32만 가구가 등기우편으로 긴급생계자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체국 집배원의 업무가 과중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설 명절부터 시작해 코로나19 사태와 4월 총선 등으로 업무가 증가하면서 집배원들은 현재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인데, 여기에다 긴급생계자금 배송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은 "대부분의 집배원들은 매일 같이 일반우편 1천여 통과 등기우편 150여 통에다 택배도 40~50통을 소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하루 수십에서 수백 통인 긴급생계자금 배송까지 떠맡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업무가 몰려 다른 배송이 늦어지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집배원 신승민(39) 씨는 "긴급생계자금 업무로 인해 다른 배송이 늦어져 우체국으로 직접 찾아와 받아가는 시민들도 있다"며 "우편물을 받기 위한 대기자 줄이 마스크 대란을 연상시킬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은 24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에 긴급생계자금 수령방법 다원화와 하루 접수물량 축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모바일 상품권 형태로 지급하는 서울시나 기존 개인카드를 활용하는 경기도와 달리 대구시는 집배원들에게만 긴급생계자금 등기를 떠넘기고 있다"며 "대구시의 지원형태와 배송 방법 탓에 집배원은 물론 시민들까지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수령방법을 다양화하기는 어렵지만 접수 물량 축소는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처럼 지급하려면 지역화폐 시스템이 필요한데 비용과 시간 문제로 당장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긴급생계자금 배송 업무를 여러 날로 분산하고, 당분간 택배 업무는 외부 민간업체에 위탁하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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