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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시시각각·時視角覺] ③수관기피(樹冠忌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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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수관기피(樹冠忌避).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시시각각- 수관기피(樹冠忌避).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청도 운문사 초입에 자리한 솔숲.

수 백년은 됨직한 노송이 엿가락처럼 어울려 하늘을 덮었습니다.

이리저리 가지를 뒤틀며 자리경쟁이 치열하지만

약속이나 한 듯, 한 뼘씩 거리를 두고 하늘을 나눠 가졌습니다.

덩치가 크다고 세력이 약한 소나무를 건드리는 법이 없습니다.

거리를 둔 틈새로 내려보낸 햇빛은 키 작은 식물의 생존을 도우니 이건 덤입니다.

수관기피(樹冠忌避).

사전적 의미는 '나무의 줄기와 잎이 뚜렷한 영역과 경계선 안에서만 성장하는 현상'입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잎은 다른 나뭇잎을 만나면 서로 닿지 않게 기피하며 생장을 멈춘다고 합니다.

병해충 감염을 피하기 위해 방어기제로 거리를 유지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수 억년 진화로 터득한 숲의 생존기술입니다.

공멸을 피하려는 숲의 평화협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윈은 저서 '식물의 운동력'에서

'식물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진보한 생물체'라 말했습니다.

뿌리에 있는 동물의 뇌 같은 조직이 줄기와 잎의 행동도 통제한다는 것입니다.

소나무가 일러주는 거리두기,

바람 많은 제주 돌담이 무너지지 않는 이치와도 같습니다.

반복되는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가 밀집 사육을 관두라는 경고와도 같습니다.

코로나 시대, 아낌없이 지혜를 주는 소나무 숲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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