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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대 국회] 현직 대통령 탄핵…TK 정치권 암흑기

민주당 동진 성과로 메기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컸던 제20대 국회 임기 만료
보수당 2018년 지방선거는 물론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구태 못 벗어

박근혜 전 대통령. 매일신문DB
박근혜 전 대통령. 매일신문DB

지난 2016년 5월 30일 등원한 대구경북(TK) 제20대 국회의원 25명 가운데 28일 현재 현역으로 임기 막바지를 보내고 있는 선량은 모두 22명이다. 최경환·이완영 의원은 임기 중 의원직을 상실했고 이철우 의원은 경북도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 지사 지역구는 송언석 의원이 맡고 있다. 매일신문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제20대 국회 임기 4년을 네 가지 사건과 함께 정리했다.

◆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TK 정치권 변방으로

지난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10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면서 TK정치권은 나락으로 추락했다. 제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지역 출신 선량들이 사실상 '식물 국회의원'으로 전락했다. 특히 대부분 친박 성향이었던 터라 국정농단세력의 잔당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최소한의 정치적 발언권조차 행사하지 못 하는 신세가 됐다.

설상가상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정권교체로 이어지면서 지역 의원들은 '준비 안 된 야당 의원'으로서 우왕좌왕하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정권의 핵심에서 지역 현안을 챙기던 최경환 의원은 영어의 몸이 됐고 당의 중심에서도 TK는 배제됐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잇따라 탄생시키며 보수진영 대통령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대구경북이 순식간에 정치적 변방으로 밀려났다"며 "제21대 국회에선 주호영 원내대표 배출을 시작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당적으로 당선된 김부겸·홍의락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권에서 입지를 다지며 지역과 중앙정부를 잇는 창구역할을 하기도 했다.

◆ 2018년 보수정당 공천파행 등으로 지방선거 패배, 민주당 동진 동력 확보

박 전 대통령 탄핵회오리에서 체 헤어나기도 전에 자유한국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된서리를 맞았다. 정권교체 여파로 보수진영에 대한 비호감이 높았고 북미 정상회담이 지방선거 하루 전에 진행된 탓도 컸다.

특히 지역의 자유한국당 조국 근대화의 상징으로 보수진영의 성지로 여겨지는 경북 구미시장을 민주당에 내주는 뼈아픈 기록을 남겼고 대구 동구청장 등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에서도 잇따라 불협화음을 노출하며 화를 자초했다. 공천권을 행사한 지역 국회의원들은 정치력 부재를 드러냈고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을 내 준 구미의 두 '금배지'들은 제21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당 쇄신을 명분으로 현역 국회의원이 있는 지역구에도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선정되면서 공천 국면이 더욱 혼탁해졌고 초선 의원들의 지역구 장악 욕심과 기존 자치단체장들의 저항의 충돌하면서 인심을 많이 잃었다"고 회고했다.

◆ 민주당 존재감 드러내며 지역정치권 다양성 시험대 오르기도

제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대구에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두 명이 등원하면서 지역주의 완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전국적으로도 이 같은 흐름에 호의적인 반응이 대세였다. 보수정당이 석권하던 TK에도 봄이 오는 것이냐는 기대감마저 감돌았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바람이 불면서 지역 정치권에선 '메기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아울러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분화가 이뤄졌다. 개혁 보수를 표방한 바른정당이 또 다른 한 축을 이뤘고 박근혜 전 대통령 구명을 촉구하는 '우리공화당'도 원내정당으로 활동했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20대 국회 임기 중 대구의 자유한국당 의원이 6명뿐일 때도 있었다"며 "제21대 총선 결과와는 별개로 제20대 국회 임기 중 대구에서 유의미한 정치적 실험이 있었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15총선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대구 지역 후보들이 지난달 12일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모여 비상결의선언 및 대국민호소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4.15총선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대구 지역 후보들이 지난달 12일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모여 비상결의선언 및 대국민호소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 보수당 낙하산·호떡 공천 등 총선 공천농단 재현

지역 정치권의 제20대 국회 막바지는 지역을 정치적 텃밭으로 삼고 있는 미래통합당의 파렴치한 공천전횡으로 마무리됐다. 지역에 일면식도 없는 인사가 중앙당 주요인사의 뒷배를 배경으로 낙하산 공천을 거머쥐는가 하면 원칙 없는 공천으로 총선 후보등록일 직전 까지 공천후보가 뒤바뀌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현역 의원은 물론 경선에 나선 후보들의 반발이 빗발쳤고 무소속 출마로 당과 결별하는 후보도 적지 않았다.

특히 지역민의 의중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공천농단에 지역 정치권에선 'TK가 통합당의 식민지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 "반복되는 공천 농단의 사슬을 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통합당이 보수위기감이 반영된 4·15 총선 결과에 안주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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