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뮤지컬 스타 등 딤프의 사업들을 진행하다보면 많은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을 만나게 된다. 오디션이라도 볼라치면 저마다 자신을 뽐낼 뮤지컬 넘버를 준비해오는데 본인의 캐릭터와는 잘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개 주인공이 부르는 넘버를 가지고 오기 일쑤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관객은 주인공의 시선으로 그 작품의 스토리를 따라가게 되고, 크리에이터들의 의도에 따라 사건과 시련을 이겨내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무대 위 누구보다도 주인공은 돋보일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많은 갈채와 박수도 받게 되기에 모두들 주인공의 자리를 꿈꾼다. 하지만 주인공의 자리,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기에 아무나 할 수도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에도 믿을 수 없는 실력으로 이 자리를 꿰차는 주인공들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남달리 깜찍하고 총명했던 '마틸다'라는 한 소녀가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사기를 쳐서 중고차를 파는 아버지와 자신의 외모와 명성에만 관심 있는 댄서인 어머니, TV를 보며 빈둥거리기만 하는 오빠가 있을 뿐이다. 집안의 돌연변이와도 같은 이 천재 소녀에게 가족들은 멍청한 삶을 살길 강요하며 억지로 TV 시청을 권하고, 유아 시절부터 그녀 삶의 유일한 위안이 되어 주었던 독서를 방해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찢고 버려버린다. 하지만 시련은 학교에서도 계속된다. 180cm가 넘는 거구의 투포환 선수 출신 '트런치불'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을 끔찍이도 싫어해서 귀찮고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취한다. 늘 엄격한 규율 속에 주눅 들고 위축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 심지어 꼬불꼬불 땋은 머리가 싫다는 이유로 어린 학생을 투포환 던지듯 던져버리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겐 진심과 사랑으로 대해주는 '허니' 담임선생님이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힘겨운 학교생활을 버텨낼 수 있다. 그러던 중 마틸다와 허니 선생님은 도서관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제지간의 정을 뛰어넘은 우정을 나누게 되고, 허니 선생님과 트런치불 교장선생님과의 관계도 알게 된다. 늘 똑똑하고 총명한 마틸다는 친구들과 함께 힘을 모아 트런치불을 쫓아내게 되고, 가족으로부터도 해방되어 허니 선생님과 새로운 가족이 되어 사랑과 우정을 이어간다. 어린 나이지만 똘똘하고 긍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마틸다의 모습은 모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뿐만 아니라 모든 아역들의 역할 하나하나가 빛이나 눈길을 뗄 수가 없다.
손바닥을 최대한으로 길게 쫙 펼쳐본다. 내 손바닥 한 뼘의 길이는 겨우 20cm가 넘는다. 하지만 60cm는 내 손바닥 세 뼘도 채 안되는 길이라는 것 또한 깨닫는다. 지난 주 나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던 뉴스에 많은 사람들 또한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로알드 달'의 상상 속 마틸다처럼 누구나 시련과 위기를 해피엔딩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면? 적어도 '허니 선생님'처럼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소중한 단 한 사람만이라도 곁에 있었다면?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부질없기만 하다. 저마다의 인생에서 각자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눈빛과 관심조차 받아보지 못한 채 떠나버린 한 영혼이 이제라도 하늘의 주인공이 되어 마틸다처럼 반짝이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