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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초록이’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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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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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득 편집국 부국장
홍헌득 편집국 부국장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늘 이렇게 기도하셨다. "주여, 이대로 잠자리에 들어 아침에 눈을 뜨지 않게 하소서." 외할머니는 결국 그 소원을 이루셨다. 저녁 식사를 잘 마치고 잠자리에 드신 후 조용히 소천하셨다. 친할머니는 그러지 못하셨다. 치매에 걸려 몇 년간이나 어머니를 힘들게 하다 떠나셨다. 친할머니도 당신이 건강할 땐 입버릇처럼 되뇌셨다. "자는 결에 살모~시 가야 할 낀데…."

요즘 어르신들은 이렇게 소원한다고 한다. "치매에 걸리느니 차라리 암을 주시어 저를 데려가소서." 그동안 가장 무서운 질병 중의 하나는 암이었다. 암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몸을 덮치고 마지막에는 참을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생명을 빼앗아 간다. 그런데 이 암보다 치매가 더 무섭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한 번은 마지막이 있지만,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지 않고 그 순간을 맞을 수 있다면 그 또한 복이 아닐 수 없다. 오복의 마지막 고종명(考終命)이 그것이다. 요즘 말로는 '구구팔팔이삼사'라 할까.

사람들이 치매를 두려워하는 것도 '곱고 깨끗하게 죽고 싶은' 소망 때문이리라. 주위에서 치매 환자를 겪었거나 목격한 사람이라면 "정말 이것만은…"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치매에 걸리면 나 자신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도 기억에서 사라진다. 수년간 이어지는 간병에 가족들도 지쳐 버린다. 승자와 패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 싸움인데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 그런 죽음이 어르신들은 가장 싫고 무섭다고 한다.

노년 세대에 치매 예방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노인복지관이나 도서관에서 치매 강좌가 열리면 만원을 이룬다고 한다. 유료 강좌도 여기저기 풍년이다. 관련 기관이나 단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그런 곳에 어르신들이 모인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체조를 하고 운동을 한다.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치매는 예방이 현재로서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2017년부터 치매국가책임제를 도입했다. 전국 지자체마다 치매안심센터를 개설해 조기 진단과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60세 이상이 되면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치매가 반드시 노인들에게만 오는 건 아니라는 거다.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 환자도 약 7만 명으로 전체의 10%나 된다고 한다. 40, 50대 젊은 나이에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초로기 치매는 환자 비중이 10%지만 사회적 손실이나 부담은 노년 치매에 못지않다. 사회적 활동이 가장 왕성할 시기에 덮치는 재앙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은 아직 어리고, 열심히 일할 나이의 배우자는 환자 간병을 하기 위해 삶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간병 대책이나 사회적 안전망 자체가 노년층에 비해서는 부족하다.

이 연령층은 예방을 위한 활동에서도 살짝 비껴나 있다. 우리나라도 치매 예방 활동의 타깃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 무료 검진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 봤으면 한다. 이들에 대한 홍보도 강화하고 관련 지원도 늘려야 한다.

치매 공부를 하고 있는 한 지인은 이 초로기 치매를 '초록이 치매'라고 스스로 작명했다고 한다. 한창 푸르름을 자랑해야 할 '초록'의 계절에 찾아온 치매라는 뜻이란다. 40, 50대 젊은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을 보면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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