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에 결렬 옵션 입력하며 '하노이 합의' 집요하게 막은 볼턴

협상팀 초안 반대해 급히 부통령 등 지원군 확보…"김정은 '하노이 성명' 원했다"
"트럼프, 문재인 대통령에 한일 갈등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해"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2월 베트남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협상팀을 방해하는 등 노심초사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각료 회의를 하며 발언하는 것을 볼턴 보좌관이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2월 베트남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협상팀을 방해하는 등 노심초사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각료 회의를 하며 발언하는 것을 볼턴 보좌관이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2월 베트남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양보'할까봐 집요하게 협상팀을 방해하는 등 노심초사하면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무부 협상팀이 합의에 대한 열의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할 방법을 검토했다. 그는 "하노이에서의 실수를 막기 위해서"라며 "미국이 재앙적 양보나 타협 없이 하노이 회담을 지나가게 하는 것"에 역점을 뒀다고 했다.

그는 작년 2월 12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첫 하노이 회담 준비회의에서 전임 대통령들이 대북성과를 주장하지만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을 속이고 있다는 영상을 준비해 틀었다. 또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1986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으로 마무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지렛대가 있고 나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나는 (회담장에서) 걸어 나와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두 번째 준비 회의에서 "국무부라면 받아들일 점진적인 접근 말고 완전한 핵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적었다. 북한이 거부감을 보여온 핵신고를 밀어붙이며 끝까지 협상팀에 강경한 입장 고수를 주문한 셈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2월 24일 하노이로 가는 길에 협상팀이 마련한 초안을 본 후 워싱턴에 있는 당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초안을 보여주고 부정적인 반응을 받았다. 그는 워싱턴으로 돌아오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도 연락을 취해 역시 부정적인 반응을 받아 매파적 입장을 공유하는 핵심 인사들의 사전지원을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멀베이니 등에게서 초안을 보고받았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에게 실무협상을 총괄하던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코멘트가 너무 과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하노이 회담은 결렬됐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진전이 있었다는 '하노이 성명'이라도 내고 싶어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공동성명을 계속 밀어붙이면서 북미 정상 간 장벽이 느껴진다고 말했고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에 호소하는 김 위원장의 영리한 작전이 먹혀들어 갈까 걱정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일갈등에 관여하지 않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내용도 밝혔다.

백악관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 한반도 관련 내용을 포함해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의 저서 '그것이 일어난 방'은 예정된 대로 23일(현지시간)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공식적으로 판매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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